경제·금융

수조원 필요한 법안만도 8건

[선심성 의원입법…예산 50兆 소요]<br>특정지역 보상ㆍ지원이 대부분… 재정지출과 직결<br>미래성장동력 창출 관련법안은 찾아보기 힘들어<br>감세안도 민원인 의식 '밀어넣기'… 현실성 떨어져

수조원 필요한 법안만도 8건 [선심성 의원입법…예산 52兆 소요]특정지역 보상ㆍ지원이 대부분… 재정지출과 직결미래성장동력 창출 관련법안은 찾아보기 힘들어감세안도 민원인 의식 '밀어넣기'… 현실성 떨어져 17대에 발의된 의원입법안 가운데 예산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는 법안들이 8건에 달하고 있다. 문석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군사시설주변지역 생활환경피해방지 및 보상법’은 무려 1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군사시설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피해보상을 포괄적으로 법제화한 법안으로 군사활동 및 그 밖의 군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ㆍ진동ㆍ유탄 또는 전자파 등으로 인한 건강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해 보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8조3,107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학교급식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단계적으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고 운영경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도 많은데 사교육비 지출이 많고 교육재정이 열악한 한국 현실에서 무상급식만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도 1조4,834억원 규모의 학교급식법을 제출했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가 실시 중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혜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면 누구나 기초생활보장비를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예산은 총 5조6,695억원이 필요하다. 김동철 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군용비행장 소음피해방지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안’은 광주공항 주변의 주민들 보상비 등으로 5조3,093억원의 명세서를 첨부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2조6,7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골자로 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심재덕 열린우리당 의원은 1조7,971억원의 예산명세서를 붙인 ‘자연재해대책법’을 각각 발의했다. 이들 8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필요한 예산소요액은 40조1,225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수조원의 ‘돈이 들어가는 법안’ 중 미래의 성장동력 창출과 관련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재경위ㆍ산자위ㆍ정통위 등 경제 관련 위원회에 올라온 법안 중 미래 성장동력과 연관된 것은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부품ㆍ소재전문기업 육성법안(300억원ㆍ6년간)과 같은 당 강재섭 의원이 제출한 연구개발특구의 지정 및 육성 법안(65억원),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안(124억원) 정도이다. 나머지 법안은 특정지역에 대한 지원과 보상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남이 지역구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우윤근 열린우리당 의원은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이영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전화사업에 있어 농어촌 주민이 부담하는 재정융자원리금을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담은 ‘농어촌전화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반해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법안은 수십건에 달한다. ▦과거청산통합특별법(이영순 의원ㆍ1,792억원) ▦해방 후 언론탄압에 대한 진상규모(김재홍 의원ㆍ1,546억원) ▦민주화운동 관련 명예회복 및 보상(이호웅 의원ㆍ1,014억원)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이강두 의원ㆍ946억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김희선 의원ㆍ540억원) ▦군의문사 진상조사(문병호 의원ㆍ81억원) 등 행정자치ㆍ국방ㆍ문광위 등에 다수의 법안들이 각각 제출돼 있다. 정부는 이들 법안의 입법취지 및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현 재정상태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상당수는 보상 및 지원확대 등 재정지출과 직결돼 있다”며 “재정여유가 있으면 해주면 좋겠지만 현재의 여건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감세법안의 경우 일부 안건은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도 민원인을 의식해 어쩔 수 없이 밀어넣은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재경위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재경위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158건으로 이중 70%가 넘는 114건이 철회 또는 폐기됐다. 재경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 절반 이상은 감세 관련 입법이었다는 후문이다. 국회 관계자들은 의원입법이 쏟아지고 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어 입법화될 가능성이 있는 법안은 절반도 채 못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역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의 가결률은 정부법안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입력시간 : 2004-11-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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