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근로자들 '불안한 여름휴가'

경기 침체 길어지자 기본급만 지급 속출…휴가비 지급은 커녕 장기휴가 보내기도

“월급도 변변히 못 주는데 여름 휴가나 원 없이 다녀오세요” 최근 내수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공장 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휴가로 ‘인심을 쓰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 의존 중소 제조업체들이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여름 휴가를 1주일 이상 주는가 하면 주4일 근무제를 도입, 직원들에게 ‘인심 아닌 인심’을 쓰고 있다. 그러나 휴가라고는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기본급 외에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휴가’가 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 모 가구업체에 근무하는 K씨의 경우 최근 회사로부터 “원하는 만큼 여름 휴가를 써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 같은 방침은 내수 침체로 공장 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K씨는 “직장 생활 8년 만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회사 경영 상태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휴가비는 커녕 긴 여름 휴가로 당장 내달 월급이 줄어드는 만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구업체는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4일제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일감이 없어 공장가동을 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재고가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상황이라 생산직원의 근무시간을 평소보다 절반 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사무직 직원 30여명 가운데 8명을 내보냈는데 주4일 근무로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생산직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임시 방편으로도 견디기 어려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업체들도 크게 늘고 있다. 대기업에 베어링을 납품하는 안산 시화공단의 한 업체는 최근 직원을 27명에서 10명으로 3분의 2 가까이 줄였다. 이 회사 사장은 “올 들어 상여금은 커녕 월급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정든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다”고 털어 놓았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소형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사장도 “20여명 규모로 운영되던 업체들 가운데 도산하거나 2~3명 정도의 소수 직원으로 겨우 회사 명맥만 유지하는 곳이 부지기수”라며 “월급도 제대로 못 주고 있는데 휴가비는 꿈도 못 꾼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풀리지 않는 한 중소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휴가 다운 휴가를 보낼 수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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