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후 대입제도 개선안 의미·전망
학생부 비중높여 "학교교육 정상화"…과열 석차경쟁 막아 사교육비 지출억제학생평가, 고교·교사에게 되돌려 주기로…등급제 변별력·학생부 신뢰성등 난제 많아
• 대입제도 개선안 Q&A
• 내신, 과목 원점수·석차 등급만 표기
• '입학사정관'은 학생 소질·특기 종합적판단 선발역할
수능성적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내신 위주 대입 전형을 유도하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은 현행 수능성적 중심의 전형방식이 학교교육을 극도로 황폐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수능과외 열풍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 처방책으로 EBS 수능강의라는 '해열제'를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영양제'로 대입제도 자체를 뜯어고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 배경 = 2002학년도부터 시행된 현행 대입제도는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화ㆍ다양화ㆍ특성화 확대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수능성적보다 학생의 특기나 적성, 경력 등을 다양하게 반영해 선발하는 특별전형이 2002학년도 32.3%에서 2005학년도 37.4%로 확대됐고 학생부 성적 위주의 수시모집 비율도 같은 기간 29%에서 44%로 늘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학생을 충원하는 정시모집의 경우 여전히 수능성적에 의존해 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수능시험이 통합교과적으로 출제됨에 따라 수능 준비가 학교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재학생의 학원과외가 일반화됐고 재수생이 인기학과 진학을 독점하고 재학생이 그 자리를 다시 채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아울러 수능성적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제공됨으로써 대학의 의존도를 높였고 점수따기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그만큼 사교육비 지출을 늘렸다는 게 교육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수능시험의 반영비중을 대폭 줄이고 학교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담은 학생부 성적의 비중을 높여 학교 수업을 정상화 시키는 방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이번 개선안은 수능과 학생부에 모두 9등급제를 도입해 지나친 석차 경쟁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9-9전략'이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고 설명했다.
◇학생에 대한 평가를 고교 수업에 되돌려준다=새 대입제도는 학생의 평가를 국가시험인 수능시험에서 고교(교사)와 학교수업에 되돌려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학교수업과 대입준비 따로따로' 현상을 없애고 문제풀이식 반복학습의 폐해를 줄이며 학교ㆍ교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폭넓은 독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등의 교육적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 대입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러 여건상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등급제 시행으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성적 대신 학생부 교과.비교과 기록에 의존해야 하는데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게 대학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에따라 일부 대학이 이미 전공적성검사나 논술고사, 심층면접 등을 통해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는 본고사에 대한 요구가 커지거나 더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평준화제도에서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교간 격차를 인정하느냐 문제는 더 파장이 큰 사안이다. 몇몇 대학이 수시모집 등을 통해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 등 서류전형에 고교간 격차를 반영, 특정지역 및 특정 학교 학생을 입도선매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막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
입력시간 : 2004-08-26 1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