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석유公 사장, 낙하산은 이제 그만

손철 기자 <경제부>

육군 장성→해군참모총장→공군참모총장→다음은 정치인? 고유가로 해외자원 개발이 국가적 현안 과제로 등장한 시점에서도 한국석유공사의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석유공사 사장에 홍기훈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여년간 육ㆍ해ㆍ공 고위장성이 낙하산을 타고 석유공사에 내려온 탓인지 이번 인사를 앞두고도 “해병대 출신이 안 오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우려가 석유공사 내부에서 나오고는 했다. 하지만 석유공사 및 관련 업계 직원들은 전세계가 자원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고유가로 석유 확보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실력 있는 전문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왔다. 그 기대가 허망하게 무너지자 평소 조용하던 석유공사 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쟁 중인데 싸워본 경험조차 없는 인사에게 최일선 장수를 맡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홍 전 의원이 지난 5월 석유공사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지역난방공사 사장 공모에 응했다가 면접에서 탈락한 사정도 있어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사장 공모에 간여했던 지역난방공사의 한 관계자는 “홍 전 의원은 전문성 등이 떨어져 면접에서 최하점을 받았다”고 전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석유공사 임직원들은 홍 전의원이 노무현 대통령과 음식점 ‘하로동선’을 공동 운영하는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막역한 관계라지만 “전세계를 무대로 뛰는 석유공사 업무의 전문성은 고려 대상이 안되느냐”며 격분하고 있다. 청와대가 내 사람 챙기기를 배제하고 널리 인재를 구한다면 척박한 자원 개발 분야를 묵묵히 지켜온 뜻 있는 은사들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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