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백지신탁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보유주식을 강제 매각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이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인 출신 의원들은 강제매각의 실효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달 초 백지신탁 대상에 17대 국회의원 등 1급 이상 공직자를 포함시키는 한편 4급 이상 공직자까지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내놓았다. 또 신탁대상 범위를 1,000만원 이상의 상장ㆍ비상장 주식으로 낮추는 한편 신탁주식을 60일 내에 처분하고 대체주식을 취득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견상으론 일단 정부안과 엇비슷한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무조건 매각 규정이야말로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위헌소지가 있다며 수탁기관이 시장상황을 봐가며 알아서 처분하거나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심재엽 한나라당 의원은 “비상장 주식의 경우 가치산정이 어렵고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정을 법으로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은 여당에서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원의 경우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아 백지신탁제가 확정되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기업 오너 출신의 한 의원은 “여당이 백지신탁제를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경영권을 사실상 내놓을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위헌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법적인 분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