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美 중산층은 '교외의 천국'에 산다"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데이비드브룩스지음, 리더스북펴냄<br>혼잡한 도시 벗어나 교외서 여유로운 삶 사는 중산층 분석<br>물질적 풍요 바탕 자유분방한 열정·활력이 '천국' 만들어




도시를 벗어나 교외에 저택을 마련한 뒤 독일산 아우디를 몰고 친환경 상점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서 베이글을 구입한다. 정원 잔디를 무성하게 방치할 만큼 보헤미안 기질을 지녔지만,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할 정도로 성취 지향적인 일 중독자가 대다수인 사회. 어느 신천지 이야기일까. 일부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들릴 지 모르나 많은 수 미국 중산층이 오늘날 살아가는 모습이다. 2000년대 초 ‘보보스’ 라는 개념을 처음 알린 미국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더 이상 미국 중산층은 혼잡한 도시 한가운데서 살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보스는 ‘부르주아의 야망과 보헤미안의 저항을 함께 지닌 엘리트’라는 뜻으로 국내에도 보보스족이 등장할 만큼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지난 2001년 출간된 ‘보보스: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로 스타덤에 오른 저자가 후속작인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로 국내 독자를 찾았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04년 선보였지만 한국에 번역되기는 이번이 처음. 출간된 지 몇 해 지났지만 미국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오늘날 미국의 메트로폴리스에는 중산층이 살지 않는다. 대도시의 비싼 물가를 감당할 수 있는 상류층과 교외로 이주할 능력이 없는 빈곤층 만이 도시의 유령처럼 배외한다고 브룩스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은 어디에 사는 걸까. 1950년대 미국인 4명중 1명이 교외에 거주했으나 요즘은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이 교외 지역으로 이주한 것. 물론 교외라고 해서 다 같은 교외는 아니다. 거주자들의 성향에 따라 교외 이너링지역(inner-ring suburb)ㆍ준교외지역(exurb)ㆍ교외 아우터링지역(outer-ring suburb) 등으로 세분화된다. 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교외를 자신만의 독특한 열정과 활력으로 ‘파라다이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교외 지역에서는 보헤미안처럼 자유분방하지만 물질적 속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보보스의 특징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한 예로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이 모여 사는 교외 이너링지역에는 연봉 25만 달러의 고소득층이 산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집안에 대형 홈시어터를 구입해 놓을 만큼 어느 정도 물질적 풍요를 향유한다. 게다가 큰 집에 사우나와 스파 시설도 갖춰놓고 주로 외제차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인다. 저자가 관찰한 미국 중산층의 실제 삶을 좀더 들여다보자. 미국 중산층의 일상생활은 열망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도시탈출’현상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좀더 자신의 욕망을 철저하게 실현하기 위해 ‘엑소더스(exodus)’에 동참했다는 것. 브룩스는 이런 현상은 육아ㆍ교육ㆍ쇼핑ㆍ일 등 전방위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며 미국을 파라다이스로 만들고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는 “미국은 에너지, 잦은 이동성, 더 나은 상태를 지향하는 정신 등으로 요약되는데 이 바탕에는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상상력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보보스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교외에 사는 중산층은 사실상 ‘보보스’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미국 사회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인 한국의 중산층은 어떠한 사회 변화를 주도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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