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폐막된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은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 경제 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열려 주목을 받았지만 이렇다 할 정책 공조 없이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세계 경제 성장 촉진 방안, 불안한 환율 문제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각국은 구체적 공조 방안 없이 경제 성장을 위해 개별적 경제 상황에 맞는 재정 및 금리 정책을 구사한다는 일반적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사실상 공식 `데뷔`한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플랜 제시 없이 부시 미 대통령의 감세 등 경기 부양책이 미국 경기, 나아가 세계 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자국 정책의 홍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EU측은 미국이 갈수록 불어나는 무역ㆍ및 재정 적자 문제는 덮어둔 채 재정 지출 확대만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EU는 자체 재정안정협약에 묶여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 빔 뒤젠베르그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당초보다 성장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르면 다음 번 금리정책 모임인 내달 6일 0.5%포인트 금리 인하가 점쳐지고 있다.
G7 회의는 나름대로 성장촉진을 위해 EU는 회원국들의 상품, 자본, 노동시장을 개혁해 경제구조를 탄력적으로 만들고 일본은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금융, 기업 부문의 구조개혁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고용창출, 저축 및 투자 장려, 생산성증대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장기 경제개혁 방안이라는 점에서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시장 초미의 관심사인 달러환율 문제는 강한 달러가 세계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스노 장관은 당장 시장 개입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고 수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시급한 일본과 EU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