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동시에 순매수하고 있는 대형주들이 큰 폭의 주가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수 패턴을 일단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특정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업종별로 고른 분포를 보인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시장을 사고 있다(Buy Market)'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에너지로 순매수 금액이 2,665억원에 달했다. SK에너지에 이어 LG화학(2,266억원), 우리금융(2,194억원), 하이닉스(1,965억원), GS건설(1,038억원), 대우증권(703억원), 대한항공(803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달들어 외국인들은 3조5,000억원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기관은 7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이 전반적으로 매도에 치중하면서도 선별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셈이다. 이런 기관 매수세에 외국인들의 대규모 '사자'주문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괄목할만한 주가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달들어 동시에 쌍끌이 매수에 나서는 종목들의 수익률은 시장 평균은 물론 같은 업종의 어떤 종목들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종목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이달들어서만 무려 18.7%나 급등했다. 이는 코스피지수 상승률(5.7%)은 물론 업종평균 상승률(5%) 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올 1∙4분기에 4,5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 민영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점도 주요 수급세력들의 매기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닉스와 GS건설도 같은 기간동안 15%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순항을 거듭하고있다. SK에너지와 LG화학도 11~12%, 대우증권과 대한항공 역시 10%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순매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은 화학ㆍ철강 등 소재, 금융, 정보기술(IT) 등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증시는 국내외 저금리 기조의 연장 가능성이 부각된 데 따른 유동성 장세 성격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집중되고 있는 종목들의 활약은 좀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종목과 순매수 규모가 특정 업종에 치우치기 보다는 화학, 금융, IT, 건설 등에 고르게 분포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자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다시 확인되면서 유동성의 힘이 발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업종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고르게 매수하고 있어 종목보다는 시장을 사고 있는 흐름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