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OECD 국세청장회의의 의미

며칠 전 서울에서 의미 있는 회의가 열렸다. 세계 조세 행정의 올림픽이라는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이번 회의에는 OECD 26개 회원국 및 중국ㆍ인도 등 9개 주요 비회원국,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핵심 멤버들이 대부분 참석했다고 한다. 흔히들 지금 세상을 글로벌 시대라고 한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시대 흐름에 따라 해외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모두 3만4,628개의 국내 기업이 전세계에 진출해 있으며, 해외투자 금액도 2003년의 40억6,000만달러에서 2004년 60억달러, 2005년 65억달러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한국 국세행정' 위상 높아져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쉽게 느꼈던 점이 있다. 바로 현지 국가와 세금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다. 부당한 세금 추징을 당해도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마땅찮아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세금 문제가 기업의 해외 진출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OECD 국세청장회의 개최가 국가적으로는 물론 해외 진출 기업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본다. 우선 이번 회의 개최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전세계에서 조세 행정의 고위급 인사가 대거 참석했고, 우리나라가 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 방안, 국세 행정의 조직 개혁 방안 등 의제 선정에도 깊이 관여했다. 향후 국제 조세 행정의 방향이 될 서울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한국 국세 행정의 위상을 깊이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OECD 국세청장회의 개최로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억울하게 세금을 추징당하는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지금도 해외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일부 선진국의 견제로 다른 외국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납세성실도를 요구받고 있고, 우리나라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의 거래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로 애로를 겪고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우리 기업에 대한 외국 세무 당국의 무리한 과세나 세무조사, 차별적인 대우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회의 개최로 우리나라와 세계 유력 국가들과의 공식적인 조세 협력 채널이 더욱 확실하게 구축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에 방한한 41개 국가들은 대외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및 해외투자에 있어 중요한 경제 파트너들이다. 이번에 이들 국가의 조세 행정 최고 책임자들과 만나 공통 현안과 과제를 논의하고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사실 현지국과 세금 관련 경영 애로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자체 해결 역량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세무 당국의 대외협상력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회의 개최가 우리 기업에 더없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가와 별도로 양자회담을 개최한 것도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제도와 관행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현지 세법을 잘 지키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탈세기업이 될 수 있다. 수출기업, 외국과 稅분쟁 줄듯 이들 신흥국가의 경우 공격적 세무 행정과 관련 규정에 대한 과세 당국의 홍보 부족, 규정의 불투명성 등으로 우리 기업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ㆍ인도 국세청이 우리 현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양자회담을 통해 조세 현안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무쪼록 이번 회의 개최가 해외 진출 기업들이 현지 세무 당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에서 벗어나 기업 경영과 시장 개척에 전념함으로써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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