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리보 급등… '돈가뭄' 심화

3개월물 4.74% 올라 연중 최고…자금조달 비상<br>美펀드 자금 안전한 은행예금으로 대거 이동도

전세계 코코넛 오일의 15%를 생산하는 필리핀 CIIF오일그룹의 자금담당 임원인 다닐로 코로내션은 지구 정반대편 영국 런던에서 벌어지는 일에 온 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보(LIBORㆍ런던 은행간 금리) 때문이다. 리보에 1~2%의 이자를 붙여 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빌려온 CIIF오일그룹은 최근 리보 급등으로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3개월 달러 리보는 23bp(1bp=0.01%)올라 4.75%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리보는 CIIF같은 기업들의 은행 대출은 물론, 영국인들의 모기지 대출, 미국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모든 금융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 하루 금융거래 규모는 360조 달러, 1인당 5만3,500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리보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5일 러먼브러더스의 파산 직후다. 미국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 승인, 은행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대출 등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리보의 급등은 전세계적으로 ‘돈가뭄’을 심화시켰다. 코메르츠방크의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딕슨은 “지금은 공포과 공황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태풍의 한복판에 위치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은행끼리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이 심화하면서 중앙은행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상업은행들의 재할인 창구를 통한 긴급대출 규모가 지난 8일 981억 달러로 하루 이용 규모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웰스 파고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스콧 앤더슨은 블룸버그통신에 “은행들이 은행간 단기대출이 거의 중단되면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느 때보다 중앙은행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인들이 전통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었던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보다 안전해진 은행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트림탑스 인베스트먼트 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뮤추얼펀드에서 지난 9월 주식형 펀드에서 435억 달러, 채권형 펀드에서 288억 달러가 각각 인출돼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 자금 인출사태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돼 첫 주에만 493억 달러가 뮤추얼펀드에서 빠져나갔다. 트림탑스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콘라드 간은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다”면서 “시장이 우리가 과거에 봤던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펀드 엑스더스가 발생한 것은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모닝스타의 집계에 따르면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와 뱅가드 그룹 등 미국 5대 펀드 운용사는 올들어 지난 6일까지 평균 28%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S&P500 지수 하락률보다 2%포인트 더 낮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자 감산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9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물은 2.36달러(2.7%) 내려 배럴당 86.59달러에 마감했다. 장 중 86.05달러까지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70달러 내려 82.66달러를 기록했다. 10일 시간외 거래에서는 아시아 각국 증시의 폭락 영향으로 WTI는 82달러 수준, 브렌트유는 80달러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MF글로벌의 마이클 피츠패트릭 부사장은 “전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원유를 비롯한 전세계 자산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속에 급등세를 보이던 금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날보다 20달러 내린 온스당 886.50달러에 거래를 마쳐 온스당 9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