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충남 아산 외암리에 살았던 이간(李柬)의 사랑채 부엌 옆에는 특별히 설치된 작은 마루가 있었다. 끼니가 어려운 사람들은 여기서 밥, 김치를 따로 따로 그릇에 담아 차려진 상을 받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매우 파격적인 대우요, 어떤 경지를 초월한 융숭한 대접이다. 조선시대 양반집은 과객들을 어느 때나 환영했고 극진히 예우했다. 사랑채는 늘 붐볐으며 풍류의 산실 역할까지도 겸했다. 오래 된 우리 나라의 멋들어진 전통이었다.
월드컵 축구대회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단일종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라고 한다. 이번 대회에는 무려 198개국이 지역 예선에 참가하여 32개국이 본선에 올라와 8개조로 나뉘어 경기를 치르게 된다.
우리 나라는 몇 년 전부터 이번 대회를 위해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준비해 왔다. 막대한 재원을 들여 경기장을 새로이 짓고, 서울 인천 수원 대전 광주 전주 대구 부산 울산 서귀포 등지에서 경기가 치러진다.
축구를 좋아하는 열렬한 팬은 물론 온 국민이 우리 팀의 16강 진출을 염원하고 있다. 좋은 결과에 부응할 만큼 선수들 기량도 월등히 향상되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컬어 왔다. 이 말이 우리 국민에게 무한한 긍지를 심어 주는 자랑으로 내세운 적도 있었으나, 언제부터인지 이 말이 우리에게 낯설고 어색하게까지 느껴지게 되었다.
16강 진출만이 이 대회의 목표는 아니다. 월드컵 축제의 성공이 선수, 임원 및 몇몇 관계자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대표 선수, 임원진, 팬들, 보도진들 하나같이 모두가 우리들의 손님이고, 이 손님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야 대회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팀의 16강 진출 향방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직접 행사에 참여하지도 않고 경기장에서 관전하지도 않더라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손님에게 우리 국민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는 일에 모두가 합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2부제 차량 운행도 철저히 지키고, 거리 곳곳을 깨끗하게 하여 청결한 인상을 심어 주고, 웃음 띤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고, 거기에 정성과 친절을 보탠다면 더욱 아름답고 풍성한 축제가 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씨와 미덕과 전통을 본 받아 외국 손님을 맞이한다면 그들 모두는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좋은 기억으로 오래 간직할 것이며, 이것이 16강에 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황상현<법무법인세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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