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9월 13일] 막힌 경제 창업정신으로 뚫자

경제성장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민간소비성장률은 4년 만에 최저이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다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돌파구가 없어보이는 국내외 사회경제적 상황은 경제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자급자족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시장 규모, 사람 말고는 자원이 없는 나라. 하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가 여기서 멈춰야 하는가,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모 대기업이 외식업에 진출했다. 이처럼 연관 사업분야에서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척하기 위한 경우도 있고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분야로 진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큰 비전을 갖고 미래의 성장사업으로 옮겨가는 것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택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일부 외식업의 경우 대단한 성장사업도 아닌데 대자본들이 마치 직장인들이 투잡하듯 뛰어들고 있다. 우리 힘으로 사업모델을 잘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로열티를 주고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 장사가 잘될수록 로열티가 유출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비큐나 놀부같이 자수성가한 중소기업도 해외 진출을 위해 땀 흘리는데 대자본이 손쉬운 사업분야에서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로열티를 유출하는 모습은 예쁘게 봐주기 어렵다. 비록 위험성이 커도 성장성이 높은 첨단기술이나 서비스산업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뜩이나 시장도 좁은데 쉽게 모방하고, 쉽게 돈을 벌려는 마인드가 판치면 서로 죽는 길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은 가장 큰 요인은 건전한 창업정신의 부재 때문이다. 성장한계에 다다른 기존 기업들은 국경을 넘어서 내 상품과 서비스를 팔려는 인터내셔널 앙트레프레누얼십, 즉 글로벌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70년대 개발 경제 시대에 기업과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서 외화벌이를 통해 국가경제를 살려냈듯이 힘을 모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면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전에는 대기업이나 글로벌을 꿈꿀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국경이 사라진 요즘은 중소기업은 물론 구멍가게들도 세계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다국적 서비스 프랜차이즈들은 문짝리모델링ㆍ오븐청소ㆍ잉크재활용사업까지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고만고만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좁은 시장을 놓고 유사한 분야에서 격한 경쟁을 벌이는 한 우리 경제에는 희망이 없다. 핵심 역량 분야가 성장 한계에 다다른 많은 국내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 전혀 연관성도 없는 분야를 기웃거리고 있다. 문제는 새롭게 기웃거리는 분야들 역시 이미 경쟁이 포화한 분야라는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성 없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자본력만 믿고 밀고 들어가면 제 살 갉아먹기 상황이 벌어질 뿐이다. 기업 임직원들에게는 인트라프레뉴얼, 즉 사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창의적ㆍ혁신적 아이디어로 자신이 속한 기업을 세계 수준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청년들의 경우 해바라기처럼 대기업 취업만 바라보지 말고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인터넷ㆍ정보통신(IT) 분야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모험과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당장 생계를 위해 창업해야 하는 베이비붐 퇴직자들은 어쩔 수 없지만 5~6년 후에 창업을 계획하는 화이트 칼라나 직장 경험이 있는 고학력 여성 창업자들은 재능을 살려 충분한 준비를 통해 지식기반 서비스업이나 진화된 사업모델에 도전하는 창업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도 환경운동과 화장품을 결합시켜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던 ‘더 바디샵’의 아니타 로딕같은 여성기업가를 많이 키워야 한다. 지나간 문제를 놓고 벌이는 해결책 없는 논쟁은 소모적일 뿐이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서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요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 창업정신을 키우는 데 정치권과 기업,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화 상품과 사업을 선정하고 그들에게 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키워주고 지원하라. 사내 창업 정신을 불붙여 혁신적인 성장을 가속화시켜라. 퇴직자ㆍ여성ㆍ대학생 모두 창의적인 분야에서 큰 비전을 갖고 창업정신을 불태우게 하라. 그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는 반드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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