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선택 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프랑스에서는…

"더 일하고 더 많이 벌자" 곳곳 '성장 우선' 슬로건


지난 19일 철도공무원들의 파업이 한창인 파리 남부의 몽파르나스역 광장.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디에리 오리에르(39)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철도파업으로 발이 묶였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리에르씨는 “사르코지 개혁이 당장은 효과가 없겠지만 (사르코지의) 약속이 지켜지면 프랑스 경제는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며 정부의 개혁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라발(파리 남동쪽 200여㎞ 남짓에 위치한 곳)시에서 종업원 10명 규모의 육류가공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프랑스 정부가 연장근로에 대한 면세정책을 펴 회사와 종업원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벌자.’ 11월 중순 취재진이 찾은 파리는 그동안의 경제침체를 만회하려는 듯 ‘더 많이 일하자’는 슬로건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성향이 강해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던 프랑스가 더 이상 저성장과 고실업을 참을 수 없다며 ‘성장 제일주의’를 실천하고 나선 것. 이 같은 프랑스의 대변신은 프랑스 민심이 5월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사르코지 대통령을 택하면서 예고된 셈이다. 2001년부터 프랑스는 2%의 낮은 성장률과 10%에 이르는 실업률에다 높은 물가상승까지 겹쳐 2차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경제 위기감이 고조돼 있는 상태. 실제로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0년새 14위에서 20위로 6계단이나 떨어졌다. 특히 물가는 두배나 올랐는데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프랑스병’ 치유에 나선 사르코지 대통령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근무시간제. 프랑스는 2000년대 초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사회당 정부 시절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를 나누자며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8%에서 10%로 올라가는 웃지 못할 결과를 초래했다. 사르코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부과하던 고율의 사회보장세를 없애도록 했다. 세금으로 해법을 찾기보다는 일을 더하고 돈을 더 벌어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경제를 팽팽 돌리자는 포석이다. 신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컨프론테이션즈 유럽’의 필립 헤어조그(63) 회장은 “노동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프랑스 근로자들이 일을 더 많이 하면 개별 인구당 생산성과 구매력이 함께 높아져 이중적으로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감세를 통한 경제활동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주택저당대출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연구개방(R&D) 세액 공제, 상속세 대부분 폐지, 의료보험제 개혁, 개인합산 총 과세율 상한 50%로 하향 등이 주요 내용이다. 프레데릭 고넝(32) 재정경제부 자문관은 경제성장 정책과 관련,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은 크게 세가지”라며 “노동공급을 늘리고 경쟁을 강화하고 생산성 혁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넝 자문관은 “이를 위해 주35시간제를 손질했고 향후 유통경쟁 강화 법안과 서비스 수준 제고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라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내년 R&D 예산을 3배로 늘리는 한편 소득세를 감면하고 기업간 경쟁을 강화해 구매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원로 경제학자인 프랑수아 셰네(73) 파리13대학 명예교수는 “사르코지 정부가 면세ㆍ감세로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해외 소비만 늘릴 뿐 국내 경제에는 도움이 안된다”며 “프랑스 경제성장은 고유가, 서브프라임 사태 등 세계 흐름과 맞물려 있는데 사르코지 정부는 이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