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택시기사가 '햇살론' 이름 살렸다?

서민대출 이름 50여개 작명, 상부 보고했지만 잇단 퇴짜<br>후보에도 못올랐던 '햇살론' 택시기사 "가장 좋다" 응답<br>정책발표 하루전 최종 낙점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서민전용대출 상품인 '햇살론'이라는 이름은 한번 들으면 귀에 착 달라붙는다. 힘든 서민 생활에 따뜻한 햇살을 비추겠다는 취지가 쉽게 이해되고 부르기도 쉽다. 그러나 햇살론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작명 과정에서 자칫 사장될 뻔했던 '햇살론' 명칭이 가까스로 빛을 볼 수 있었던 데는 한 택시 운전기사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부터 금융위원회는 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서민 전용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정책 내용뿐 아니라 작명에 특히 공을 들였다. 서민대출 상품은 다수의 대중, 그 중에서도 정보 접근도가 낮은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책의 성공은 국민들 사이에 얼마나 알려지느냐에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공무원들은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기로 했다. 관련된 전문업체는 약 50여개에 달하는 이름을 들고 왔다. 낮은금리론ㆍ하하하론ㆍ더불어론ㆍ신바람론ㆍ꿈바라기론ㆍ햇살론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다수의 후보이름을 놓고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벌이기도 하고 내부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추려진 이름을 상부에 서너번이나 보고를 올렸지만 다 퇴짜를 맞았다. 이 때만해도 햇살론은 우선 순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정책 발표 날짜가 다가오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담당 공무원은 야근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기사에게 여러 이름을 쭉 들려주고 맘에 드는 이름을 골라보라고 했다. 그는 "운전기사가 다른 이름은 다시 생각이 나지 않고 오로지 '햇살론'만 기억이 난다고 하기에 최종 후보 명단에 햇살론을 끼워넣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후보까지 오른 이름은 햇살론ㆍ단비론ㆍ아름드리론ㆍ행복착착론ㆍ다솜금융론 등 5개. 정책 발표일 하루 전 금융위원장의 최종 낙점을 받은 이름은 햇살론이었다. 이후 출시된 햇살론은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5일까지 출시 약 두달여 만에 8,163억원, 8만9,890건의 대출이 이뤄졌다. 결국 정책의 수요자에게 물어 얻은 답이 최고의 답이었던 셈이다. 배준수 금융위원회 과장은 "정책도 브랜드화를 통해 세련된 홍보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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