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월 4일] 외신과 내신 사이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오는 백호(白虎)의 해라 국운 융성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는 410억달러로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섰다. 지난해 50%나 폭등한 한국 증시에서 32조원어치나 쓸어담은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상황은 전혀 딴판이었다. 한국은 월가발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유동성 위기 앞에서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국민 모두 숨죽이며 외국자본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에 리먼브러더스의 악령이 덮쳤다'며 한국이 월가발 금융위기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주저 없이 보도했다. 지금도 외신들은 냉정한 시각을 잃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원전 프로젝트의 규모를 400억달러가 아닌 200억달러로 엄격히 산정했다. 수익성도 아직 미지수라며 일종의 덤핑수주는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중동으로 날아간 것도 사업자 선정이 내정된 상태에서 벌인 일종의 '정치 쇼'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속철도(TGV) 수주 등에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마다 않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새해 첫날 주변정세를 돌아보니 안정보다 불안한 움직임들이 더 많이 포착된다. 우리의 최대 후원자인 미국은 여전히 10%대가 넘는 고실업률과 저성장의 그늘에서 허덕이고 과다한 경기부양에 따른 재정적자 등으로 '제2의 경기침체(더블 딥)'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도 수출 증가에 따른 혜택이 대기업 외에 일반 중소기업들에 고루 전해지지 않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20~30대 청년실업자 수는 갈수록 늘고 이른바 '88만원 세대'도 증가 추세다. 정치적으로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미디어법 시행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 역시 전혀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시기에 또 언제 외신들이 일제히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를 지적하며 한국에 대한 자본투자 유보 또는 회수를 외칠지 모를 일이다. 한일 합병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 4ㆍ19 혁명 50주년 등 역사적으로도 큰 사건이 많은 올해, 섣부른 자화자찬보다는 먼저 우리 주변의 문제점들을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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