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후 최악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또다시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계기는 부시 행정부가 이미 2천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이라크 주둔 미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개념의 첨단 무기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미 언론이 최근 미리 보도, '기밀'이 새나간데서 출발했다.
14일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시는 이라크 침공 3주년을 앞두고 전날 조지워싱턴대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미군 공격에 활용하고 있는 '급조 폭발물'(IEDs)의 무력화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국방부의 민감한 정보사항을 언론이 폭로해 버렸다"고 비난을 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뉴스매체를 겨냥한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않았지만 지난달 12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를 겨냥한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밝혔다.
부시는 특히 "그 보도가 나온지 불과 닷새만에 적들은 이 기사의 상세한 내용을인용, 미국의 신기술을 분쇄하는 지침서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목소리를 높였다.
부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적들을 격퇴하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적들이 알게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LA 타임스는 'IED 무력화탄'(JIN)으로 불리는 새로운 군사장치 개발과 관련해 국방부 내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장치가 군사적 실험을 통과했고 그 과정에서 IED의 90% 정도를 무력화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미국의 최초 원자탄 개발 계획에 버금간다는 의미에서 '미니맨해튼 프로젝트'(mini Manhattan Project)로 불리는 이 신기술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하지는 않았다.
도울 맥머너스 LA 타임스 편집국장은 "우리는 신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있었지만 보도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 관련내용을 생략했었다"며 "지금까지 정부측에서 어느 누구도 민감한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미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이 신기술에 관련된 보도는 LA 타임스가 처음이아니었다. NBC의 경우 이미 지난해 도로에 매설된 IED를 사전 폭파시키는 기술을 비디오 화면으로 보도까지 했다.
부시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의 영장없는 비밀도청 프로그램을 뉴욕타임스(NYT)가 특종보도했을 때도 부시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제기했었다.
특히 NYT는 국방부가 자료 공개를 거부할 경우 정보자유법에 따라 법적인 타당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맨해튼 소재 미 연방지방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여서부시 행정부와 언론과의 관계는 화합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관계로 빠지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CBS 등 미 공중파 방송 3사와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의쇠락과 인터넷 매체 등 대체 언론의 부상을 반색한 것은 부시 행정부와 미 주류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증표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