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이 시장악화에 따른 수주취소와 발주급감 등으로 내년 ‘고난의 시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선별 접근을 당부했다. 17일 교보증권은 “내년에도 조선 업황은 암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구조조정이 내년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조선시장의 침체는 수요급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글로벌 경제침체가 본격화됨에 따라 신조선 발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경기는 사상 초유의 침체가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선박발주가 올해의 50%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발주량은 연평균 4,000만톤(CGT) 정도를 유지했지만 내년에는 2002년 수준인 2,0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급과잉도 조선업 불황의 주요인이다. 조선업체들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생산량 증대가 ‘부메랑’이 돼 수익성을 위협하게 된 것. 보통 조선업체의 공급 수준은 백로그(수주잔고의 지속기간)로 가늠하게 되는데 백로그가 2.5년 이하로 내려오면 ‘비상’ 상황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3~3.5년 수준인 백로그가 내년에는 2.5~3년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백로그가 2.5년 수준 이하로 내려간 상태에서 수주를 못 받으면 소위 말하는 ‘휴업 상태’가 된다”며 “업체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가수주’에 나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내년 조선업계에는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철강업체 등 글로벌 운송수요 감소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형 조선사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발주된 선박의 취소문제는 지난해 발주량이 과도했던 벌크선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조선사와 국내 신생 중소형 조선사가 내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업황 불황기에도 피해가 덜 하고 생존할 수 있는 대형 업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조인갑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금흐름이 양호해 수주가 줄어도 버틸 수 있고 쓰러지는 중ㆍ소형사들을 인수할 수 있는 조선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삼성중공업ㆍ현대중공업 등 대형 업체는 최근 발틱해운지수(BDI) 상승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효과 등에 힘입어 내년 5월까지 낙폭의 60~70%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도 “업계의 구조조정은 미래 경쟁자 제거, 원자재ㆍ기자재 수급완화, 조선산업 공급능력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국내 대형 조선사에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며 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ㆍ현대미포조선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