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뉴욕무대 오른 브레이크 아웃

현란한 춤·코믹 연기 브로드웨이 사로잡다<br>'쇼앤아츠' 국내업체론 첫 해외공연 단독제작<br>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 '한바탕 웃음바다'<br>초기 티켓판매 선전… "한류 되살릴 기회로"




지난 10일 세계 공연의 중심지인 미 뉴욕시 타임스퀘어에 죄수들이 나타났다. 죄수들은 거리에서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였고 시민들은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죄수복을 입은 이들이 실은 공연 ‘브레이크 아웃(Break Out)’의 출연진들.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개막을 앞두고 거리 홍보에 나선 것이다. 허가 없이 군중을 모으는 일체의 행위는 불법이지만 배우들은 단속하는 경찰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익살스러운 연기에 반해 너털웃음을 짓는 경찰도 적잖았다. 짧은 공연 홍보는 배우들의 외침과 함께 끝났다. “브레이크 아웃, 18일에 개막합니다. 꼭 보러오세요.” ‘브레이크 아웃’이 뉴욕 무대에 올랐다. 공연 기간은 4주. 주목할만한 점은 해외 공연 진행을 국내 업체에서 전담했다는 것. 그 동안 ‘난타’ 등 6개월 이상 뉴욕에서 장기 공연을 한 작품들은 물론 ‘명성황후’ 등 2주 내외의 투어 공연을 한 작품들에는 모두 현지 제작사가 따라 붙었다. 국내 제작사들이 현지 실정에 어둡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아웃’은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선보인 비언어극 ‘점프’의 제작사 ‘예감’에서 분사한 국내 제작사 ‘쇼앤아츠’가 뉴욕에서 단독으로 제작했다. ‘점프’를 제작할 당시 손잡았던 미국의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카미(CAMI)를 통해 제작 노하우를 익혀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 한경아 쇼앤아츠 대표는 “4주 공연에 제작비 4억여 원을 들였다”며 “해외 제작사에 지불해야 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아끼니 1억 원 이상 절감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티켓 가격은 ‘스텀프’ 등 비슷한 규모의 다른 작품들보다 10달러 이상 싼 56달러로 매겨졌지만 손익분기점은 유료관객 40%로 꽤 낮은 상황. 현재 공연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중이다. 뉴욕 타임스 등 영향력 있는 공연 담당기자와 평론가들이 관람한 19일 공연장은 250여 명의 관객으로 가득 찼다. 아동부터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배우들의 몸개그와 익살스러운 행동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고 환호성도 그치질 않았다. 이 날 공연을 관람한 실비아 로스(62)씨는 “브레이크 댄스, 비트박스 등은 처음 접한다”며 “매우 신나서 무대에 올라가 함께 춤을 추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경아 대표는 “초기 티켓 판매가 나쁘지 않다”며 “4주 공연이 끝난 뒤 뉴욕 장기 공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크 아웃’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국내 제작사의 미국 직접 진출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이와 관련 “브로드웨이 시장의 생리만 알면 예산을 대폭 아낄 수 있다”며 “공연 제작사들이 적은 비용으로 꺼져 가는 한류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크아웃’은 지난해 4월 국내에서 ‘피크닉’이란 제목으로 처음 선보인 뒤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티켓 판매 1위를 한 공연. 죄수들의 좌충우돌 탈출기라는 단순한 내용에 브레이크 댄스, 비트박스, 몸개그 등을 가미한 게 특징이다. 지난 12월에는 외신기자들이 한국을 빛낸 문화상품에 수여하는 외신 홍보상을 받기도 했다. ■ 대형 공연 마케팅회사 EMG 대표이사 바바라 엘리란
"한국 공연, 뉴욕서 성공하려면 드라마보다 코믹·넌버벌로 승부를"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에서 코미디와 넌버벌(Non-verbal)로 승부해야 합니다. 드라마가 강한 소위 오페라 형태의 공연은 성공하기 어려워요." 뉴욕 공연 마케팅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대형 마케팅회사 EMG의 대표이사 바바라 엘리란(62)씨는 최근 뉴욕에서 늘어나는 한국 공연의 성공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고달픈 현실을 잊기 위한 흥미 위주의 공연을 즐긴다"며 "진지하거나 진부한 공연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명성황후', '대장금' 등 드라마를 갖춘 한국형 뮤지컬이 미국에선 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캬바레', '제너두' 등 유명 뮤지컬의 마케팅을 맡았던 EMG사는 현재 '브레이크 아웃'의 마케팅을 맡고 있다. 한국 공연으로는 지난 2004년 뉴욕에 진출한 '난타'에 이어 두 번째. 그는 "브레이크 아웃은 마치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작품"이라며 "뉴욕에서 흥행에 성공한 '점프'보다 훨씬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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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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