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김우식 부총리겸 과학기술부 장관

"과학기술 '톱 브랜드' 프로젝트 추진" <br>연구원 실적 부담감 줄이고 임금체계 현실화<br>연 9兆국가 R&D예산 로드맵 연말께 완성<br>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당분간 어려울듯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근원입니다. 때문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연구를 집중 지원, 육성할 계획입니다. 30여 개 정부 산하연구소가 앞장서 각 연구소별로 5년, 10년 후 세계 최고의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1~2개 핵심 연구과제를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10개 프로젝트만 성공해도 국가 경쟁력 강화에 튼튼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취임 넉 달을 맞은 김우식(사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가진 대담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부총리가 추구하는 과학기술 정책은 명확하다. 과학기술의 대중화ㆍ생활화, 특성화ㆍ효율화, 세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과학기술 8대 강국을 조기에 실현하자는 것이다. 정책적 목표는 굵고 뚜렷한 반면 실천은 매우 세심하다. 김 부총리는 취임 이후 20여 곳의 산하연구기관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불시에 원자력발전소를 점검하기도 했다. 그는 또 모든 직원들이 항상 긴장 속에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블루텐션’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도 셔츠 주머니에 주요 일정, 연락처, 현안 등을 적은 메모지를 한 가득 넣고 다니면서 모든 것을 꼼꼼히 챙긴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사후점검으로 무결점을 추구하는 그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젊은 과학두뇌들이 신바람나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풍토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지금까지 벌여놓은 일들에 대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잘 마무리하는 게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부총리로부터 한국 과학의 미래를 들어본다. -과기 부총리로 취임한 지 넉 달이 됐습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오셨는데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경쟁력 강화입니다. 과학 경쟁력 없이는 국가 경쟁력도 없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이루는 핵심은 창조적 수월성입니다. 창조적 수월성은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디어, 즉 사람의 두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는 곧 과학기술 인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학기술 인재가 많아야 창조적 수월성으로 이어지고 국가 경쟁력도 강해지는 것이지요. 문제는 창조적 수월성 구축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교육과 인재육성입니다. 또 교육된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육과 인재육성은 장기간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만큼 우선 교육된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여기에 좀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과기부 산하연구소 연구원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고 실적과 지원금에 쫓기지 않는 그런 연구문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젊은 연구원들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인재들입니다. 그러나 낮은 연봉, 주어진 연구비 내에서의 실적 부담감, 과도한 연구과제들로 인해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개별 연구원들이 다수의 프로젝트에 가담하면 제대로 된 성과물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연구소별로 프로젝트를 선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페니실린만 하더라도 곰팡이 연구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 놓고 연구하는 그런 연구문화를 만들 계획입니다. -주제를 연구개발(R&D) 예산으로 돌려보지요. 연간 국가의 R&D 예산이 9조원에 달합니다. 효율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R&D 예산 관련 로드맵을 만들고 있습니다. 각 부처가 가진 R&D 예산을 과기혁신본부가 종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과학기술부를 과학기술 혁신정책의 종합 조정ㆍ기획ㆍ평가의 중심부처로 재설계한 것도 이 같은 일을 하라는 뜻입니다. R&D 예산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방향을 먼저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전체 국가 R&D 예산의 조정 등이 가능하지요. 분야별로 이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흐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외국의 연구방향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로드맵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면 선택과 집중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렇습니다. R&D 예산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로드맵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성화 쪽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로드맵 중간보고가 9월이고 연말까지는 최종본이 나올 예정입니다. 이해관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의 공개와 토의 등을 통해 최종안을 결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ㆍ대규모 사업, 중복조정 및 연계가 필요한 사업, 현안 사업 등에 대해서는 특정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일반사업은 소관부처의 자체 평가를 실시한 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해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만들 것입니다. -과기부는 최근 연구소별로 1~2개의 집중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톱 브랜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월까지 산하 연구기관들에 5~10년 뒤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이 큰 연구과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심사 후 해당 연구소가 집중 연구할 과제 1~2개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30여 개의 산하연구소가 있는데 적게는 30개, 많게는 60개의 집중 연구가 진행되는 셈이지요. 예를 들어 원자력연구소는 원자력김치를 선정했습니다. 익은 김치에 원자력을 쏘일 경우 현재 상태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치의 발효로 인한 장기 보관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만약 성공할 경우 우주선 식량 등으로 활용할 수 있고 세계 시장 진출도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은 연구성과물이 민간기술로 전환됐을 때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통상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은 있습니까. ▦중요한 문제입니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정부 예산 지원이 있느냐가 핵심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겠습니다. -화제를 돌려보지요. 황우석 교수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를 미국ㆍ일본 등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대통령령 등 관련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당장 재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동물복제 연구 등을 통해 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침은 확고합니다. 현재 세계 7~8위 수준인 기술 경쟁력을 오는 2015년까지 세계 3위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황 전 교수팀에 소속됐던 연구원들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미 서울대 김대용 교수팀이 황 교수의 동물복제팀을 맡기로 했고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도 별도의 책임자를 둘 예정입니다. 세포융합의 경우도 새 단장을 공모 중이고 23일쯤 발표됩니다. 특허 문제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 외국학자를 카이스트 총장으로 영입했지만 기대와 달리 실패로 끝났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차기 총장 인선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전적으로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부갈등이 있었는데 이를 잘 봉합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로버트 러플린 전 총장은 꿈과 이상은 좋았는데 구성원들을 함께 이끌고 나가는 데 한계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차기 총장 인선은 대학이사회에서 잘하고 있습니다. 현재 후보를 3명으로 축소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23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총장 선정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없습니다.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교류 문제, 나아가 세계 과학과의 교류 문제를 어떻게 해나갈 계획입니까.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통해 공동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협력 대상국입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과학기술부장(장관) 등을 만나 황사ㆍ우주항공ㆍ전통의학분야 등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보면 이미 한국을 과학선진국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IMD 평가에서도 한국의 과학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은 각각 12위, 6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세계화를 위해서는 정부간 교류와 더불어 세계 석학의 한국 유치가 필요합니다. ◇ 약력 ▦1940년 충남 공주 출생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ㆍ석ㆍ박사 ▦연세대 화학공학과 전임교수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전국과학기술인협회 공동 회장 ▦연세대학교 총장 ▦대통령비서실장 ▦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 연구원 氣살리기 어떻게 성과 따른 인센티브제 도입…정년 연장·연금제등도 검토 정부가 젊은 연구원들의 기(氣) 살리기에 나섰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처우를 개선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현장 과학자 출신인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의 의중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과기부는 우선 출연연구소 연구원의 연봉을 상당한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예산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리겠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또 성과급 성격의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연구성과를 낼 경우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연구 결과가 실용화돼 발생하는 기술료의 50% 이상을 참여 연구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기존 프로젝트에서 충당하는 연구비 비중도 낮출 계획이다. 지원 연구비 중 간접경비의 비중을 높여 프로젝트 수주에 따라 이 부분에서 충당하도록 한다는 것. 이는 제한된 재정으로 과도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연구원 한명이 여러 개의 프로젝트에 소속돼 전체적인 연구의 깊이와 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연구소들이 프로젝트에 매달리면 결과적으로 자꾸 팀을 만들게 돼 특화된 연구를 할 수 없다”며 “세계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특성화된 연구소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61세)이 지난 뒤에도 연구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과기부는 먼저 내부평가기구를 만든 뒤 정년이 지난 연구원들이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3년씩 2회 정도) 더 연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연구원 퇴직연금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산하연구소뿐 아니라, 대학 연구소 등에 소속된 젊은 연구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4월 연구현장 애로사항을 조사했으며 제도개선 과제를 선정, 대책을 수립한 뒤 다음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과학기술 연구원에 대한 대우를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 연구원의 기를 살려야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34개 산하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는 데도 연구원들의 기를 살리려는 뜻이 담겨 있다. 김 부총리는 “6개월 단위로 평가하고 보고서를 내는 현재의 시스템은 획기적인 성과물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며 “연구원들이 마음 놓고 여유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기부총리제 1년8개월 평가 "과기R&D·대형사업 총괄 3~4년후면 성과 보일것" 과학기술 부총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정부직제이다. 지난 2004년 10월 정부는 과학기술 부총리와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하며 강력한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마련했다. 67년 과학기술처로 설립된 후 국민의 정부 시절인 98년 과기부로 승격된 지 5년 만에 위상이 한단계 다시 뛰어오른 것. 이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함으로써 특성화 효율화를 도모하고 제한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한발 더 나아가 기술혁신주도형 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R&D 역량 강화라는 뜻도 담겨 있다. 김우식 부총리는 오명 초대 부총리에 이은 2대 과기 부총리이다. 과기 부총리는 매월 재정경제부ㆍ교육인적자원부ㆍ국방부ㆍ해양수산부ㆍ산업자원부 등 10여개 관련부처가 참가하는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과기 부총리제 도입 1년8개월을 지나면서 과기부 자체적으로는 부총리제에 대해 상당한 만족을 표시한다. 과기부는 최근 몇년 사이에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21세기 프론티어, 핵융합 프로젝트 등 대형 국가 R&D 사업을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한 과기행정체제가 정착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독립된 정부부처 없이 교육이나 산업 관련부서 산하에서 과기 업무를 처리하는 상당수의 선진국 과학계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부러워한다는 게 과기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아직 하드웨어에 비해 부처간 조율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과학기술 총괄기획, 조정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해 지금까지 수행돼온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그동안 벌여놓은 많은 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데 앞으로 3~4년간 한 사이클만 돌아가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