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中企대출 연체율의 이해

배경일 기업은행 이사 (경제학박사)

[기고] 中企대출 연체율의 이해 배경일 기업은행 이사 (경제학박사) 요즘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외환위기 때 건전성 악화로 많은 은행들이 문을 닫는 것을 경험한 터라 연체율 증가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체율 상승으로 인해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연체율은 정상적인 경우 올라가게 마련이다. 연체는 누적개념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연체율도 올라간다. 연체와 비슷한 개념인 이익은 1월부터 12월까지 누적적으로 늘어나다 해가 바뀌면 다시 제로(0)에서 시작하지만 연체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누적돼간다. 그래도 대출이 늘어나면 분모가 늘어나 연체는 늘어나더라도 연체율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대출이 늘어 분모가 늘어나는 것은 연체율 감소에 큰 영향이 없다. 즉 자산의 질이 같으면 연체는 매년 거의 같은 속도(량)로 늘어나게 마련이고 분모인 대출은 일반적으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연체율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미미하다. 연체율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연체율의 절대적 수준 비교에 있다. 즉 A은행의 연체율이 2%이고 B은행의 연체율이 1%이면 B은행의 대출자산이 A은행의 그것보다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B은행의 연체율이 실제로 3%이지만 부실자산 매각으로 연체율을 1%로 낮췄으면 B은행의 대출자산이 A은행보다 건전하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연체율은 높지만 A은행의 자산이 B은행보다 건전하다. 연체율의 서로 다른 시점간 비교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연체율로 대출자산의 건전성을 알 수는 없을까. 그 해답은 부실자산의 매각이 없다고 가정하면 연체율의 증가속도를 비교해 은행간, 그리고 기간간 자산의 건전도를 비교할 수 있다. 즉 A은행은 연체율이 매년 1%포인트 씩 늘어나는데 B은행은 2%포인트씩 늘어난다면 대체로 A은행의 자산이 B은행보다 건전하다고 할 수 있고 전년도 같은 기간에 연체율이 2%포인트 증가했는데 올들어 1%포인트만 증가했다면 올해 자산의 건전도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가지 함정이 있을 수 있다. 즉 은행들이 매 연도 말에는 다른 시기보다 더욱 노력해 연체율을 줄인다는 것이다. 결산ㆍ평가ㆍ공시 등의 기준일이 되는 연말에는 특별한 노력으로 연체를 줄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연체율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비교기준에 연말이 포함되면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증가속도는 어떠한 수준인가. 지난 5월 연체율은 1월에 비해 0.40%포인트 증가했지만 2003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약 0.15%포인트 정도 증가속도가 둔화됐다.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자산의 질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대출자산의 부실문제를 지난해 초부터 심각하게 인식하고 건전성 강화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중소기업대출자산의 건전성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 들어서는 다소 좋아지는 추세다. 중소기업 부도도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은행의 예를 보면 비슷한 추세이다. 그렇다면 왜 중소기업대출의 건전성 문제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요즘 더 크게 대두되는 것일까. 나름대로 그 이유를 짐작해보면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용카드 문제가 너무 커 이에 가려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작금의 경제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지면서 미래의 우려까지 더해 현재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안심할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 비해 개선됐지만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여전히 그렇게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연체율에 대해 낙관하기도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은행들이 충분히 파악하고 있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급격한 경기하락이나 부동산가격 급락이 없다면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내에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력시간 : 2004-07-0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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