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보험 ABC] 보험자 대위

가입물건 심한 파손때 先보상후 보험사서 피해물건 소유권 인수

이병철(32)씨는 최근 서울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가 빗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이 씨가 운전하던 차량은 완전 파손됐다. 그는 차량 보험금으로 354만원을 받았다. 보험사는 ‘보험자 대위’권을 이용, 이씨의 차량을 인수한 후 이를 고철로 매각해 62만원을 챙겼다. 보험자 대위란 보험사가 보험에 가입한 물건이 쓸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손됐을 때, 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신 보험 가입 물건의 소유권을 가입자로부터 넘겨받는 것을 말한다. 이씨의 사례처럼 차를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는 경우, 차량가액을 평가해 354만원을 보험금으로 주고 보험사는 이씨의 차량을 넘겨받는 것이다. 보험자 대위의 목적은 보험 가입자가 이중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타서 일차적으로 보상을 받고 해당 물건을 고철 등으로 처분해 추가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을 먼저 지급하고 해당 물건을 넘겨받아 이를 처분해 일정금액을 환입한다. 물론 처음부터 고철값 등을 평가해 보험금에서 뗀 뒤에 보험금을 주는 방법도 있다. 이씨의 사례에서 보면 354만원에서 62만원을 뺀 292만원을 주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게 보다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매각 값을 산출하거나 실제 이를 파는데 시간이 걸려 보험 가입자가 제때 보상을 받는데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우리나라 법은 보험자 대위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보험자 대위는 물건이나 재산을 보상해주는 손해보험에만 적용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보험에서는 보험자 대위가 금지된다. 보험자 대위 개념을 생명보험에 적용하면 사람이 사망해 보험금을 탔을 경우, 보험사가 사체를 인수해가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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