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9월 25일] 사라지는 종부세 다시 보기

정부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놓았다. 아직 당정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율도 1.0~3.0%에서 0.5~1.0%로 낮추며 1가구1주택 소유자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10~30%의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세제개편안에서 1가구1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대폭 감면해준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거래세도 낮춰주고 보유세도 낮춰주는 셈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겨냥한 8ㆍ21 대책과 서민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춘 9ㆍ19 대책 등과 맞물려 주택시장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서민층과 부유층을 모두 아우르는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징벌적 성격의 종부세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수도권 집값 상승과 투기 가능성이 있어 결국 인위적인 가수요를 부추기고 부동산 거품을 만들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반대가 만만치 않다.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종부세 찬반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종부세 개편안과 관련, 우선 유의할 점은 또다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소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현시점이 부동산시장의 대세 하락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야권에서 주장하는 투기조장 여지는 적다고 판단된다. 이미 전세계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해 이후 큰 폭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올 상반기 서울 강북의 집값 상승도 재개발 활성화 등에 따른 일시적인 후폭풍이라고 봐야지 지속적인 상승세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종부세 완화가 부분적으로는 주택 보유심리를 확산시킬 수도 있지만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세제 측면에서 종부세의 타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전국 주택 1,355만가구의 2%에 불과한 극소수 납세자에게 과도한 세부담을 지우는 것은 보편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종부세는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 만큼 궁극적으로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돼야 수익자 부담원칙에 맞는다는 것이다. 재산세로 통합 운영될 경우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세입 불균형 문제가 있지만 이미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공동세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비슷한 방식을 원용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세원칙상 빈틈이 없는 논리다. 하지만 어차피 ‘화석’으로 남을 종부세라면 올해 전면개편으로 재산세에 통합하지 왜 빈 껍데기만 남은 종부세를 잔존시키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는 심리적 요인이 강한 부동산시장에 남아 있는 불패신화를 의식한 탓도 있겠지만 다분히 없는 자를 위로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조세에 국가재정을 위한 자의적 수단이라는 측면이 있고 폐지과정이 중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면 도리어 종부세 감면율을 너무 갑자기 낮추는 것도 급격한 세입감소를 야기해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에 좋은 세금이란 없는 것처럼 지나친 감세도 곧바로 승수 효과를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 부유층에 대한 감세가 소비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증적으로도 이는 부분적인 효과에 그칠 뿐이라는 게 입증됐다. 한편 금번 종부세 개편안 가운데 가장 터무니없는 것은 고령자에 대한 세액공제다.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부유층이 내는 세금이며 과세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세율을 낮추면 정말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해당될 텐데 소득도 감안하지 않고 무차별로 세금감면에 나서는 것은 조세 형평상 전혀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소득도 없는 고령자가 왜 고가의 넓은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적지않은 관리비를 감내하면서도 세금만은 적게 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리어 이사하기 힘든 고령자들을 위해 세금을 납부 유예해주고 주택처분 때 받는 방식이 조세 형평상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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