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인터넷주 거품논란 일본에 불똥

미국발(發) 인터넷주 「거품」 논란의 불씨가 일본으로 옮겨붙었다.정보통신(IT) 등 「신경제」 관련주의 초고속 성장에 대한 「거품」 우려가 나스닥 증시에서 도쿄 증시로 확산되면서, 일본 신경제를 이끌어 온 양대 축인 소프트뱅크와 히카리 통신 주가도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게다가 거대한 게이레츠(系列)을 연상시키는 문어발식 경영과 과잉 투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등 이들 두 기업의 근본적인 경영방식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판 빌 게이츠」라는 신화를 일궈 온 손 마사요시(孫正義) 회장의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 초 1주당 18만원 수준에 비하면 3분의 1로 폭락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끝난 99 회계연도 손실규모가 전년대비 400억엔 가량 늘어난 550억엔을 기록, 2년째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되자 투자가들의 우려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올 초 1주당 25만엔에 육박하던 히카리 통신 주식은 두달 사이에 약 4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10일엔 하루동안 주가가 24% 빠졌는가 하면, 회사측이 지난 2월까지 최근 6개월간 130억엔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하자 주가는 끝없는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7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도쿄-미쓰비시 증권의 분석내용을 인용, 2월중 한때 주당 24만1,000엔으로 치솟은 히카리 통신 주식이 1만엔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성과주의·연봉제 등 선진 기법 도입과 적극적인 투자, 여기에 정보기술(IT) 붐이 어우러져 순식간에 일본 재계의 「총아」로 떠오른 두 기업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인터넷 관련주의 전반적인 하락 추세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이들 기업의 근본 「자질」을 문제시하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 관련사업 사업 확장과 의사결정을 최고경영자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영 구조 등 「IT 업계의 게이레츠(系列)」라 불리는 이들의 경영방식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 업체들로 집중된 투자 포트폴리오가 첨단주 하락 이후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돼, 앞으로 인터넷주가 폭락할 경우 이들이 급속도로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소프트뱅크의 자산 규모나 孫회장의 경영능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앞날이 불투명한 인터넷 기업에 대한 과잉 투자가 회사의 위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정은 히카리 통신도 마찬가지. 시게타 야스미쓰(重田康光) 사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700억엔에 달하는 과잉 투자와 거대 손실로 인해 재무구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두 회사는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 유동성과 사업 전망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IT업계를 대표하는 이들의 침체 여부가 일본 산업계 전반을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며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4/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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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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