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가속] 국내시장 영향·대책

"이상징후땐 특단의 대책 고려"<br>재경부 "청산속도 빠르게 진행땐 문제…매일 금융시장 점검"<br>한국, 日금융기관서 차입 규모 45억弗 <br>LG경제硏 "타 신흥국보다 충격 클수도"<br>"당분간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 코스피 1,800선 무너질 가능성"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내 자산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엔화가치 상승 등 엔캐리 청산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급격한 엔캐리 청산시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산속도가 빠르냐 더디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이어 엔캐리 청산이 급속히 진행될 경우 자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이에 따라 매일 금융시장 환경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이상징후가 보일 경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특단의 대책도 전혀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별도로 우리는 외국환거래법 등에 따라 국내외 자금 유출입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금융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 ◇엔캐리 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엔캐리 자금은 현재 한국 자산시장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우선 증권시장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가 중 일본인이 지난 2006년 말 1,692명에서 올 5월 말 1,760명, 6월 말 1,785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들어 급속히 증가한 외화대출 중 적지않은 자금이 엔화를 빌려 대출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시장에 유입된 엔캐리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 국내에 유입된 엔캐리 거래자금 규모는 60억달러로 추정됐는데 여기에 금융회사의 엔화대출 등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엔캐리 거래 유입 총잔액은 외환보유액(2300억달러)의 10% 내외 수준에 달한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분석에서 2005~2006년 국내에 유입된 엔캐리 자금을 6조7,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봄 LG경제연구원은 분석자료를 통해 우리나라가 일본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자금 규모는 45억달러대로 금융면에서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나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엔캐리 청산의 충격이 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캐리 급속 청산시 파장은=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상황에서 엔캐리 청산은 일정 정도 불가피하다”며 “문제는 청산이 완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급격히 나타날 경우”라고 설명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원90전 오른 932원50전에 거래를 마쳤고 원ㆍ엔 환율은 전날보다 4원93전 상승한 100엔당 791원13전으로 4월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엔캐리 청산이 급속히 이뤄지면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강세와 함께 미국이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엔캐리 청산 우려가 증시를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의 조정이 지속되면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크다. 국내 자본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한 상황이라서 엔화 유턴 속도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같은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도 적지않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하는 자금인 만큼 금리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식보다는 해외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라며 “실체가 없는 자금 회수 가능성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권 부총리의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자 재경부는 15일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일부 다른 나라들에서 이러한 위험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엔캐리 청산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양상이 증폭돼 한국금융시장도 덩달아 궁지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