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22일] 코멧


1952년 1월22일, 영국 런던. 신설 히드로 국제공항에서 여객기 한 대가 솟아올랐다. 최초의 제트여객기 ‘코멧(Comet)’이 상업운항에 투입된 순간이다. 같은 해 5월부터는 여객운송도 시작됐다. 코멧은 장점이 많았다. 우선 빨랐다. 최대 시속 784㎞. 기존 여객기의 두배 이상 속도였다. 가격도 25만파운드(1952년 기준)로 그리 비싸지 않고 기체 디자인 역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사(하빌랜드사)는 승객정원을 36명에서 279명(최종형 기준)으로 늘리는 등 개량한 기체도 선보였다. 막상 판매실적은 저조했다. 항공사고 탓이다. 운항 2년째에는 100일 동안 3대가 추락한 적도 있다. 총생산대수 112대 중 21대가 사고로 떨어졌으니 팔리지 않을 만했다. 항공사들의 외면 속에 코멧은 60년대 초부터 생산을 멈췄다. 영국과 캐나다에 정찰기와 대잠초계기의 기체로 전용된 5대만 남아 있을 뿐이다. 반짝하고 사라진 게 혜성이라는 이름과 똑같다. 제트 여객기 시장의 승자는 미국 항공산업. 코멧이 경쟁기체로 여겼던 보잉 707이 1,010대, 맥도널더글러스의 DC-8이 566대나 팔렸다. 코멧의 상업운항 18년 후인 1970년 2월22일 뉴욕~런던간 구간에 처음 선보인 보잉 747 점보 제트기도 꾸준한 개량을 거쳐 아직도 최고 기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오늘날 세계 민간여객기 시장의 판도는 양강 체제. 미국 보잉사의 아성에 유럽의 에어버스가 도전하는 구도다. A-380(에어버스), B-787, 7E7등을 개발하려는 양사의 첨단기종 개발 경쟁에는 ‘1등만이 존재한다’는 정글의 법칙이 깔려 있다. 앞으로 20년간 2,600억달러에 이른다는 여객기 시장을 둘러싼 소리 없는 공중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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