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 정부ㆍ새 경제ㆍ새 정책

이제 곧 새 정부가 출범한다. 경제를 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편 가르기와 말 잔치, 그리고 침체된 경제에 지친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하지만 역대 어떤 정권의 출범 당시보다 대내외적인 여건은 좋지 않은 듯하다. 사실 지난 세 번의 정권 모두 국내외적인 경제 불안 요인을 나름대로 가지고 시작하기는 했다. 김영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앞두고 농산물 개방 압력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출범했고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라는 역사적 사건과 함께 시작했으며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되던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출범했다. 그런데 아마도 대외 경제상황은 지금이 최악인 것 같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국제금융 불안과 고유가 등으로 선진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 과열우려에 따른 긴축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내내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 등 세계 경제 여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늘 침체를 벗어나지 못 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앞으로 전개될 세계 경제 상황은 우리에게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경제의 21%를 차지하는 미국의 내수 침체와 대미수출 비중이 20%나 되는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세계 실물경제 쇼크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가 입게 되는 타격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더구나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처할 구체적인 정책 메뉴가 아직까지 우리 앞에 제시된 것은 없다. ‘747’(연평균 7% 경제성장, 10년 뒤 1인당 소득 4만달러ㆍ세계 7대 강국)이라는 구호만 뚜렷할 뿐 정책의 기본방향과 수단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끝나고 새 경제팀이 꾸려지면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사실 시장이 개방되고 자유화된 현재,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수단은 극소수이다. 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금리조정, 정부가 갖고 있는 예산과 세금, 그리고 규제완화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제한된 정책수단 또한 섣불리 쓸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먼저 물가관리는 법에 명시된 대로 철저하게 한국은행에 맡겨야 한다. 정부인사의 그 어떠한 참견도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독립성을 확보한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ㆍ환율ㆍ경기라는 주요 경제변수의 상반된 움직임을 제때에 제대로 파악해 최적의 금리조정의 시기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섣불리 세금이나 예산을 갖고 어떻게 해보겠다는 조급함도 경계해야 한다. 세율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시도는 늘 기대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 각종 감면과 조세지원으로 과세베이스가 좁아진 상황에서 단행되는 세율인하는 기대했던 효과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재정을 조기집행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그 효과가 미미했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지출예산 중에서 복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김영삼 정부 당시 18% 수준에서 노무현 정부 말에 30%수준으로 커진 마당에 재정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살리는 것도 예전만 못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업이 투자에 몰두하고 고용을 더 하도록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감세, 지출 확대, 그리고 규제완화와 같은 정책수단을 적절히 구사하고 우리 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전략과 정책이 무엇인지를 모든 전문가를 동원해 찾아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권마다 중점적으로 추진됐던 규제완화가 왜 효과가 없었는지를 새로운 틀에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금기시되던 수도권 규제완화, 농지와 산지 규제 완화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넷째, 우리 경제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 확대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생산성향상이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라는 점에서 물적투자와 인적투자의 질적향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과 과학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처럼 최상의 정책을 최적의 시점에 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논리와 이념논쟁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그리하여 1년 후가 아닌 5년 후에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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