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허울뿐인 '허가민원제' 공장설립 별따기

지방자치단체가 공장설립을 돕기 위해 설치한 '허가민원제'는 구호에만 그치고 여전한 관료주의가 공장설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도로굴착 허가에만 6개월 내년 말까지 울산 온산공단 내 1만6,000여평의 부지에 7,000만달러를 들여 공장을 증설할 계획인 프랑스 유화업체 R사는 전력공사가 당초 예정보다 6개월이나 늦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공사를 맡은 국내 H사가 선로매설을 위한 도로굴착 허가를 울주군으로부터 제때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H사가 도로굴착 허가를 신청한 것은 지난 7월. 그러나 울주군은 포장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도로의 굴착은 허가할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H사가 10월 공식 접수하기까지 방문한 횟수는 무려 20여차례. 이번에는 울산시종합건설본부가 딴죽을 걸었다. 공사구간이 3㎞인데도 12㎞나 덧씌우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H업체는 재심의를 요청, 덧씌우기가 아닌 원상복구를 조건으로 지난달 도로굴착 허가를 받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문제의 도로가 97년 이전에 완공, 포장된 지 3년이 넘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결국 H사는 7월에 허가받을 수 있었는데도 행정기관에 발목이 잡혀 4개월을 허비한 셈이 됐다. 농산물 가공 및 유통업체인 I사는 5월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 4만여평의 공장을 짓기 위해 익산시를 찾았다. 서류를 낸 곳은 허가민원과. 그러나 허가민원과는 '창업승인을 해준 지역경제과로 가라'며 떠넘겼고 지역경제과는 '공장신축 관련업무는 허가민원과 소관'이라며 다시 떠밀었다. 결국 I사가 8월 말 익산시로부터 받은 통보는 공장신축을 승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I사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I사의 한 관계자는 "양부서가 4개월이나 핑퐁 게임을 하며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공장신축 불가를 통보해왔다"며 "공장설립 절차를 밟다 날이 샌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허울뿐인 허가민원제 이 같은 지자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7월 지자체에 시달한 지침은 허가민원과 신설이다. 공장설립에서부터 건축, 위생 등 모든 인ㆍ허가관련 업무를 한 곳에서 신속히 처리해 민원인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전북도 내 14개 시ㆍ군 중 공장설립 관련업무가 한 부서에서 처리되는 곳은 4곳에 불과하고 경남도도 20개 시ㆍ군 중 4곳에 지나지 않는다. 부산지역 16개 구청도 공장설립은 허가민원과에서, 등록은 지역경제과에서 취급하고 있으며 울산지역은 5개 구ㆍ군이 허가민원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4개 구청은 공장설립 업무를 지역경제과에서 처리하고 있다. 지역업체의 관계자들은 "지자체들이 기업활동을 막는 각종 규제와 틀은 그대로 둔 채 말로만 외자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수기자 김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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