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제작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작품의 1,2분 정도 컷을 위한 해외 촬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작사들은 제작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인 세트 제작에 치중함과 동시에 단 한 컷을 위해서 해외촬영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시네마서비스 투자 배급의 `실미도`(제작 한맥필름)와 쇼이스트 투자 제작 배급의 `올드보이`다. 올 초에는 KM컬쳐 투자, 쇼이스트 배급의 `빙우`(제작 쿠엔필름)도 있었다. `빙우`의 경우는 해외 원정 전문 산악인을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으로 영화 전체의 40%가 높고 웅장한 설산을 배경으로 한다.
제작진들은 “경험 많은 고난도 촬영의 스탭들 도움으로 통한 안전도와 시간단축, 그리고 이국적인 정취를 통한 영화적 상상력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유다”는 설명이다.
우선 강우석감독이 100억원을 들여 만드는 초대형 프로젝트 `실미도`제작팀은 지난 13일 해양촬영을 위해 지중해 몰타공화국내 MFS(Mediterranean Film Studio)로 떠났다. 대작 규모에 걸맞게 강우석감독과 설경구, 임원희 등 출연배우 스탭 모두 출발인원은 60여명. 투여되는 돈은 4억5,000만원에서 5억원. 이들은 이곳에서 영화 속의 단 한장면을 촬영한다. 혹독한 훈련을 받은 북파 공작원들이 북한으로 침투하기 위해 비오는 밤바다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 그러나 상부의 명령이 갑자기 바뀜에 따라 눈물을 삼키고 되돌아 오는 장면이다.
기획실의 이재진씨는 “바다에서의 밤 촬영에 비까지 뿌려지는 고난도 촬영장면으로 국내서는 어려움이 있어 할리우드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수중 촬영세트가 있는 몰타가 적격으로 떠났는데, 위험성과 작품의 빠른 촬영을 위해서는 해외 촬영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 높은 그림을 위해 실미도 내 훈련소 세트를 10억여원을 들여 지었고, 현재 대방동 총격신을 위해 전북쪽에서도 10억원 이상이 드는 정교한 세트를 짓고 있다.
MFS는 해양액션블록버스터 `U-571`(감독 조나단 모스토우)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으로 촬영의 위험부담없이 비도 뿌리고 실제 바다 같은 일렁이는 파도 등의 제대로 된 그림을 찍고 19일 서울로 들어온다. 영화는 내년 설 시즌에 개봉될 예정이다.
현재 50%의 촬영을 마친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는 영화 라스트 엔딩 한 장면을 위해 16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섬의 라이포드 산으로 출발한다. 일정은 5박6일로 21일 돌아온다. 촬영장면은 눈덮인 산의 울창한 숲을 대수(최민식)와 그의 애인 미도(강혜정)가 걸어가는 신이다.
기획팀의 김유경팀장은 “눈도 이유가 되지만 그보다 끔찍하고 충격적인 대결이 끝난 후의 허탈함과 대한민국 땅 밖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까의 이국적인 느낌, 그리고 눈이 주는 정화를 살리는 등 복합적인 의미를 담으려는 감독의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일정동안 찍게되는 분량은 영화 전체 분량 900컷 중의 20컷. 이 컷을 위해 1억원이 든다.
이국적인 정취를 통해 영화의 색다른 맛과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촬영은 올 초에도 있었다. 김은숙감독의 데뷔작`빙우`가 그것. 국내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산악영화로 얘기되는 이 영화를 위해 제작진은 캐나다 록키 산맥의 줄기인 밴쿠버 유콘주의 화이트 패스산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곳에서의 경비는 순제작비 45억중 25억원을 할애했다. 영화 빙우는 혹독한 추위와 위험에 맞서 빙벽을 오르고 또 오르는 전문 산악인 5명의 우정과 엇갈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현재 후반작업중이며 10월중 관객과 만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