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社 무분별 IT투자관행 제동

금감원 100~200개 업체 집중 점검금융감독위원회가 은행, 증권 등 국내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IT(정보기술)투자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7일 금융회사의 IT투자관행상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금융회사들의 투자관행을 일제히 점검토록 지시했다. ◇실속없는 중복 과다투자=국내 은행의 IT(정보기술)투자액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은행권이 IT부분에 투자한 금액만도 전년도의 3배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증권사로 마찬가지. 대형 5개 증권사만 3,000억원 넘는 돈을 전산부분에 퍼부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IT수준은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고 있다. 그만그만한 금융회사들이 '독특한 전략'을 표방하며 각개투자를 진행하는 동안 금융회사간 호환성은 떨어지고 낭비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액은 주택ㆍ국민은행이 파업에 들어가자 아무런 실속이 없었음을 그대로 입증했다. 파업당시 두 은행 창구에서는 수기방식 결제방식까지 등장했고, 고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런 상황은 증권사도 마찬가지. 사이버거래가 지난 3월말 총거래의 66.8%까지 급증했고, 증권사들도 이에 맞춰 대형 5개사(현대ㆍLG투자ㆍ삼성ㆍ대신대우)가 3,000억원 가까운 전산투자액을 기록했다. 해마다 2배 가까이 투자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사들은 아예 투자조차 못하고 증권전산에 시스템 개발과 관리를 위탁하고 있는 형편. 금융회사간에 제살깎아먹기식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의 고민=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1980년대를 상기했다. 당시 정부는 가뜩이나 외환사정도 좋지 않은데 금융회사의 전산부분 중복투자가 과다하다고 보고, 각 금융회상 독자 시스템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엄명을 내렸다. 정부의 이 같은 행정조치는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반발을 샀다. 개별 금융회사들로선 독특한 경영전략이 있기 마련이고, 독자시스템이 없을 경우 금융기관 전략상 독특한 문화를 포기하라는 의미이기 때문. 금감원이 이번 점검을 앞두고 고민중인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금융회사 낭비요인 제거와 회사별 경영전략을 중립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여사 집중 점검=금감원은 전국 1,900여개 금융회사중 우선적으로 100~200여개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이만식 IT검사국장은 "대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IT투자 현황을 세부 점검한 후 문제가 있으면 지도공문 등을 통해 IT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번 점검이 종국적으로 하반기 자본시장 참여자들, 나아가 은행통합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이근영 위원장도 최근 "금융회사간 IT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투자는 곧 합병이 전 단계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회사들이 엄청난 IT투자액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투자제휴에 나설 것이고, 이를 통해 짝짓기가 나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그 같은 발언을 꺼낸지 보름도 안돼 금융회사 일제 점검을 지시한 것이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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