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무역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6일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각국 정부들이 에어버스에 대해 150억달러에 달하는 불공정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은 그 동안 유럽연합(EU)에 에어버스에 대한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EU와 에어버스는 앞으로도 계속 항공기에 보조금을 지급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죌릭 대표는 “미국 보잉사보다 더 많은 민항기를 판매하고 있는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불공정한 조치일 뿐 아니라 국제법규를 위반한 것”이라며 “WTO 제소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잉은 지난 해 처음으로 항공기 생산 대수를 기준으로 에어버스에 추월을 당한 후 보조금 문제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EU도 즉각 보잉사를 겨냥해 맞제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WTO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분쟁을 펼치게 됐다. 파스칼 라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2년 이래 미국 정부가 보잉에 대해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상무부 등을 통해 간접보조금 형식으로 230억 달러를 지급해왔다”고 비난했다.
이번 미국의 WTO 제소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취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앤서니 구치 EU 대변인은 “미국의 무역 정책이 대선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 8월 보잉이 자리잡고 있는 시애틀에서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부당하다”며 WTO 제소 계획을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5일 미국 기업들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는 등 최근들어 무역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산 섬유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무역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며 각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