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연구기관들의 연이은 집 값 하락 전망이 제기되면서 실제 아파트가격 하락이 서울, 수도권은 물론 대전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의 양도세 조기 세무조사, 기준시가 일제 인상 등으로 인해 단기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자칫 낙폭이 확대 되고 투자심리가 완전 냉각될 경우 우려하던 경착륙도 나타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시장은 투기세력 중심에서 장기투자자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공황상태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청약시장이 아직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정책이 부동산 거품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단기성과를 위해 모든 칼을 뺄 경우 실수요까지 시장에서 퇴출시켜 경착륙의 악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연구소, 모두 하락 예상 = 현재까지 내년 집 값 전망을 한 곳은 국토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원 등이다. 모두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건산연은 “정부정책 시행에 따른 체감효과, 투자수요 급감 등으로 인해 내년 서울은 평균 1.9%가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경우 재건축 아파트는 거품화 되면서 부작용이 커진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도 수급안정,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이유로 내년 주택가격은 2%가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국토연구원은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 및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서울 인구감소와 주택보급률 상승, 인구증가율 둔화 등으로 서울지역 아파트의 실질가격은 2010년께 현재보다 약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착륙? 아직은 계약률 등 지켜봐야 =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폭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게 시장 상황이다. 지난 9월 말 3%의 상승률을 보였던 대전은 올들어 처음으로 0.2%의 가격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 강남의 대표적인 중층단지인 E아파트 31평형은 매도호가가 6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재건축 소형평형 단지를 중심으로 연이은 매도호가 하락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 매도자들은 매수계약을 맺은 계약자들과 추가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물건을 떨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분석은 아직까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단 청약시장이 완전 식지는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시장이 실수요를 중심으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10ㆍ29대책 이후 첫 동시분양은 서울 10차의 경우 평균 청약경쟁률이 16.8대1로 9차 19대1과 비슷했다. 또 강남권 신규분양 아파트의 일부단지에 미계약이 나오고는 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12일 청약접수를 시작한 고양 풍동 주공그린빌은 첫날 70%의 청약률을 보였다. 12일 청약대상이 노부모 부양자, 5년 이상 무주택자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청약률이라는 설명이다.
한 주택업체 임원은 “청약률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브랜드를 알리는 과시용이다”며 “중요한 것은 계약률 인데, 10차 동시분양의 계약률을 따져보는 게 앞으로 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