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금재계는 E-경영시대] 2.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반도체 빅딜이 진행되던 지난해 LG와 현대는 주도권 장악을 위해 말 그대로 그룹 차원의 이전투구를 펼쳤다.양 그룹은 당시 상대방의 흠집이나 부실 부분을 파헤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며 심지어 재계의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상대방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까지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로부터 채 6개월도 흐르지 않은 올해 1월26일. 현대그룹의 현대자동차, 현대해상화재, 현대정유와 LG그룹의 LG정보통신, LG투자증권 등 양 그룹의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들이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는 삼성전자, 삼성생명보험, 삼성카드와 아시아나항공, 하나로통신, 인터파크 등으로 구성된 인터넷 비즈니스 연합사령부에 양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연합군 자격으로 동참하기 위해서다. 삼성과 LG 역시 지난해 데이콤 경영권을 놓고 심각한 신경전을 펼쳐 껄끄럽기는 마찬가지 입장. 불과 6개월전까지 혈전을 벌였던 기업들이 21세기와 함께 무섭게 펼쳐지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전장에 출정하기 위해 대동단결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펼쳐질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는 생존 위기와 대도약의 기회가 공존한다』며 『새롭게 형성되는 E비즈니스모델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구축해 내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혁명 또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로 불리우는 21세기 재계의 최대 화두는 총체적인 생존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정보통신 기술과 인터넷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무너진 지금 「서로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피아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명제아래 전략적 제휴, 합병 등 생존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합집산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올들어 LG텔레콤과 네띠앙, 심마니, 천리안 등의 제휴, 한솔CSN-쌍용자동차, 한국통신하이텔-더존컨설팅, 라이코스코리아-한솔텔레콤, 새롬기술-하나로통신 등 인터넷 분야에서 이뤄진 전략적 제휴는 40여건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 이같은 움직임은 크게 경쟁상대 간의 결합인 「적과의 동침」 형태로 나타나거나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지원받는 「자존심 버리기」 무역과 건설, 정보통신과 금융 등 이업종간의 결합등 「영역 파괴」 「몸집 부풀리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종합무역이라는 하나의 영역아래 치열한 경합을 벌여오던 LG상사와 SK상사가 그동안의 경합관계를 정리하고 켐라운드(CHEMROUND.COM)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 화학분야에 대한 공동의 사이버 영업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고합, 동부한농, 애경유화를 묶어 켐크로스(CHEMCROSS.COM)라는 화학 전문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이를 보다 확대해 일본 및 타이완 화학업체들과의 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다우기술, 콤텍시스템, 엘렉스컴퓨터 등 전자·정보통신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오던 중소기업들이 사이버 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사업을 위해 한솔엠닷컴이 무려 53개 중소, 중견기업들을 묶은 대규모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하나의 연합 세력으로 결합하는 추세가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며 『이같은 결합은 서로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기기자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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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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