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각 뒷얘기李前총리 교체 9일 주례보고때 가닥
김대중 대통령이 11일 단행한 개각은 막판까지 철저한 보안속에 이뤄졌다.
김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장 상 이화여대 총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오다 10일 장 총장을 총리로 지명하기로 최종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10일 오후 박지원 비서실장을 장 총장에게 보내 총리를 맡아줄 것을 요청, 응낙을 받아낸 뒤 이날 밤 장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지명 사실을 통보했다.
박 실장은 "대통령과 장 총장은 가까운 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두 분이 평상시에도 대화를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동 전 총리의 교체는 이미 지난 9일 이 전 총리의 김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 때 가닥이 잡혔으며 이 전 총리에게도 사전 통보됐다는 후문이다.
박 실장은 이와 관련, "이 총리는 2년 2개월여간 총리를 맡아 국정운영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웠다"면서 "지난 9일 주례보고에서 두분 사이에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11일 오전 박 실장을 총리공관으로 보내 각료 인선 내용을 설명하면서 제청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께 청와대를 방문, 각료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총리로서의 마지막 업무를 수행했다.
김 대통령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입각 대상 각료들에게도 11일 오전에야 임명 사실을 통보토록 했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에서 발탁된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조차 "오늘 아침에야 임명 사실을 알게 됐다"고 실토했다.
박지원 실장도 이미 장 상 총리서리를 접촉한 이후인 10일 자정 무렵까지도 개각시기에 대해조차 "금명간 이뤄질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11일 오전 8시께야 오늘 개각 사실을 발표했으며 박 실장은 개각내용을 발표하면서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선 공직사회가 튼튼히 유지돼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발표 때까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관련 수석비서관 및 비서관들에게도 '보안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문책하겠다'며 철저한 함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국민의 정부에서 장관, 청와대 수석, 차관 등을 지낸 인사들을 상당수 재기용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 "인재 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길 전 법무장관이 재기용됐고 김성재 전 청와대 민정ㆍ정책기획수석이 문화관광장관에 발탁됐으며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낸 최종찬 전 기획예산처 차관이 정책기획수석에 기용됐기 때문이다.
안의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