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부동산 대책 마련에 총력을 걸고 나섰다.
후속입법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 중인 열린우리당이 돌연 ‘강공’으로 돌아섰고, 청와대와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화력’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당ㆍ정ㆍ청’ 전체가 모처럼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국면이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는 8.31 대책을 향한 여권의 강한 애착과 결연한 입법추진 의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당ㆍ정ㆍ청의 정책라인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에서 이해찬 총리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투기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로 불퇴전의 각오를 밝혔다.
여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8.31 대책에 참여정부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과 역으로 정책효과가 시장에 투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한 부동산정책으로 평가되는 8.31 대책의 실질적인 발원지는 노무현 대통령. “강남불패 신화를 깨겠다”고 장담한 노 대통령의 투기근절 의지가 결국 8.31 대책을 잉태하는 단초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후속입법이 차일피일 지연되자 부동산 시장은 이를 정책후퇴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면서 8.31 대책은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게 여권의 상황인식이다.
이 총리가 고위당정회의에서 “호가로만 보면 강남재건축아파트는 8.31 대책 이전가격으로 올라간 수준”이라고 강한 우려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여권의 부동산대책 드라이브는 ‘정체성 확립’으로 정국 반전의 물꼬를 트려는 위기타개 해법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신강령 시안을 통해 ‘서민ㆍ중산층 정당’을 표방한 마당에 ‘부동산’을 새로운 정치적 동력을 찾는 키워드로 삼아 개혁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전통 지지세력의 결집을 꾀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파행 우려를 무릅쓰면서까지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나라당을 부동산정책의 대척점으로 세우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여당의 전반적인 정책적 기조가 가급적 이념적 선명성을 지양한 ‘중도’로 수렴되고 있지만 부동산 만큼은 일반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여권의 부동산 대책 드라이브는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내후년 대선까지 겨냥한 중장기 포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당은 4.30 재ㆍ보선 이후 당직민원실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민원이 전체민원의 절반에 육박했고, 10.26 재선거 참패 이후 ‘국민과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곧바로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아야만 했다.
여당의 8.31 부동산입법 강공과 이에 맞선 한나라당의 감세정책은 내년지방선거를 겨냥한 정국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작용하면서 연말 정국을 ‘혹한정국’으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