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소비 열풍이 불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지난 9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러시아의 소비 지출은 지난 2년간 세계 경제가 둔화세를 보인 것과 달리 무려 42%나 상승했다. 가장 큰 수출 품목인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실용 정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경제가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 이를 바탕으로 실질 소득이 늘어난 러시아인들이 소비에 적극 나서자 글로벌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 상반기 러시아인들의 실질임금은 무려 7.4% 상승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 같은 러시아인들의 소비 증가에 발맞춰 적절히 대응한 대표적 기업으로 생활용품 업체인 P&G를 꼽았다. P&G 제품의 국가별 판매 순위 중 러시아는 2000년 17위에서 지난해 13위로 올랐다. P&G 측은 올해 광고비 지출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매출 규모를 더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프랑스 국적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0%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이 같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 금융위기 발생 직후 영업활동을 축소했던 네슬레를 비롯한 여타 글로벌 기업들 역시 공장을 새롭게 신설하는 등 러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한편 비즈니스위크는 이 같은 러시아의 소비 증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년간 나타났던 소비 증가는 98년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게 회복한 것이며, 이에 따라 더 이상 증가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 소비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