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조합원 부담금을 줄이고 분양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무리한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이제 건설업체에 이어 재건축조합이 아파트가격 인상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북도 `평당 2,500만원`시대 = 22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재건축추진위원회는 최근 이 재건축사업에 입찰하려는 건설업체들에게 `평당 2,500만원`의 분양가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분양가 책정은 시공사 자율이지만 `적정 평균 분양대금은 평당 2,500만원으로 판단돼 입찰제안서 작성시 참고하기 바란다`는 문구를 삽입, 사실상 고가 분양을 압박한 셈. 추진위는 또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에게 10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내게 하고 `참여규정 위반으로 입찰자격이 박탈될 경우 입찰보증금을 추진위에 귀속시킨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결국 무리한 규정에 건설업체들이 반발, 입찰이 유찰됐으나 이번 사태는 최근 서울지역 재건축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 조합원 부담금 문제를 둘러싸고 기존 재건축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간 날카로운 대립이 벌어졌던 잠실4단지도 조합원들의 요구가 분양가 인상을 불러오고 있다. 비대위측은 일반가구수, 입지조건 등에서 잠실주공보다 조건이 유리한 도곡주공과의 비교를 통해 조합원들이 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따라 당초 제시됐던 평당 1,100만원대의 분양가는 조합원들 사이에 인기를 잃고 평당 1,300만원 대 인상 주장이 득세하는 실정. 도곡주공 측도 조합원들이 “강남 최고의 입지인 만큼 당연히 최고 분양가를 받아야 한다”며 평당 1,6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가와 인근 집값 폭등 초래 = 조합원들이 이처럼 분양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게 된 데는 서울 재건축시장의 구조변화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땅이 갈수록 줄어든 데다 강남, 잠실, 이촌동 등 인기지역에서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 시공사 입지가 줄어들고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 여기에 일부 시공사들이 향후 손익계산을 철저히 하지 않고 무조건 시공권을 따고 보자는 생각으로 과당경쟁을 벌임으로써 조합원들의 무리한 요구를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 인근 집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는 것. 재건축을 통해 분양된 광명 현진에버빌의 경우 일부평형이 평당 1,000만원의 고가분양이후 광명일대 아파트가격은 한달 새 500만~2,000만원이 상승했다.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인상은 이제 조합원, 시공사, 투자자의 `삼위일체`작품이 되어가고 있다”며 “쓸데없는 규제만 잔뜩 만들어 놓고 정작 분양가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서울시나 건교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