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연일 파격적인 행보로 정ㆍ관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청와대에 이어 정부부처로는 처음으로 기자실을 폐쇄하고 개방형 체제로 전환한데 이어 15일에는 문광부 홈페이지(www.mct.go.kr)에 취임이후 2주만에 첫 인사말을 올리며 관료사회의 권위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고지 30매에 달하는 긴 인사말에서 이 장관은 “장관실 앞에만 깔려 있는 붉은 카펫,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무관 비서가 장관의 차 문을 열어주는 것, 장관에게 누구나 허리를 90도로 꺾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조폭문화를 연상했다”며 “문화관광부가 먼저 권위주의의 두꺼운 철갑 옷을 벗고 부드러운 문화의 비단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지난 13일 문광부내에서는 처음으로 수행비서로 여성 사무관을 발탁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인사말에서 대구지하철 참사를 길게 언급하며 “이번 사고의 주범은 관료주의”라며 “얼굴 흐릿한 익명의 가해자들 중에 `나`도 끼어 있다는 사실을 공직자들은 뼈아프게 자인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또 “사람과 사람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문화의 역할”이라며 “`돈 되는` 문화는 육성하고, `돈 안되는` 문화는 보호한다는 분리적 접근론은 낡은 것으로 앞으로 민간의 참여와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문화정책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분위기이나 일부에서는 그의 급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이 장관의 관료조직의 병폐에 대한 지적과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바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관료사회보다 더 조폭적인 영화계나 문화계의 운영을 개혁하지 않고 무조건 민간의 참여와 자율을 확대할 때 어떤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