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법적` 신용불량자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KDI는 14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신용불량자 증가의 원인분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은행연합회가 사실상 공적기구로 운영되면서 개인신용정보왜곡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KDI는 신용정보의 수집과 유통업무가 1982년 감독당국에서 은행연합회로 넘어가 형식적으로는 민간기구의 몫이 됐으나 연합회는 모든 금융회사에서 강제로 신용정보를 받는 등 실질적으로는 `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3개월 연체`라는 단순한 신용정보가 공인된 `불량 경제주체`로 인식되는가 하면 정책적인 차원에서 신용불량정보를 말소해 개인신용정보인프라를 왜곡시키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적 개념의 신용불량자 제도를 폐지하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개인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증가한 신용불량자는 소득이 없거나 불안정한 그룹이라며 사적회생제도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만큼 공적파산제도의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며 신용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현재 `3개월 이상`인 신용불량자 등록 기준을 늘리고 연체금액과 기간에 따라 세분화하는 등의 방안은 신용불량자 문제해결에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KDI는 신용불량자가 98년∼99년 220만∼240만명으로 늘어났고 호황이던 2000년에도 이 수준을 유지했다며 우리 경제의 최소 신용불량자 규모를 220만∼240만명으로 분석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