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년 예산 초긴축 편성] 공적자금 2조원 상환 연기 ‘히든카드’

정부는 내년도에 적자재정을 편성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하게 공적자금 2조원의 상환을 연기하는 `히든카드`를 꺼냈다. 박봉흠 예산처 장관은 “공적자금 상환도 중요하지만 나라 살림에 꼭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득이 상환을 연기하게 됐다”며 “예정대로 갚을 경우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박 장관은 특히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방법을 택하면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적자금 상환을 유예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박 장관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에 들어갈 법정교부금을 감안할 때 추가재정 수요를 맞출 묘안은 공적자금 상환을 연기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 장관은 청와대측과의 예산협의 과정에서 균형재정 편성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국방과 복지예산 등의 실질적인 증액을 빚 상환 유예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최소한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최악의 선택`은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나라 살림을 늘리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서도 공적자금 상환을 무리하게 계속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년 예산에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환유예로 여유가 생긴 2조원은 국방예산ㆍ복지예산과 연구개발(R&D)예산 등에 쓰일 전망이다. 특히 예산처는 철저한 심의를 통해 불필요한 예산을 크게 줄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초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논란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적자금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온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공적자금 상환연기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된 공적자금 상환 원칙을 정부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25년간 2조원씩 균등상환` 원칙을 어겼다는 점은 경제가 어렵고 예산여건이 나쁠 때마다 공적자금 상환 연기라는 카드를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적자금 상환 유예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여론이 모아질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나라 살림이 외줄타기에 들어선 것만은 분명하다. 건전재정이 2년째 유지된다고 하지만 천수답 처지인 것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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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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