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막말 위태롭다

"무슬림 입국금지" 일파만파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모든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주자와 공화당 지도부, 백악관은 물론 유엔과 영국·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까지 트럼프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는 거센 비판여론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에 대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단언하며 "다른 공화당 주자들은 트럼프가 만약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임을 당장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각료들도 일제히 "건설적이지 않다(존 케리 국무장관)" "무슬림 사회와의 연대를 저해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반한다(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트럼프의 각종 논란성 막말에도 그동안 입장표명을 자제해온 공화당 지도부 또한 이번에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비공개 의원모임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미국 태생 또는 귀화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권의 적법한 절차를 보장하는 제14조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당은 물론 국가로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잇따랐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트럼프의 발언이 난민들의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적이고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말했고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트위터에 "트럼프가 다른 누군가처럼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의 유일한 적은 급진 이슬람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같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CNN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며 "비난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 2001년의 9·11테러를 거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테러를 당할) 더 많은 세계무역센터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조치가 테러 예방을 위함이라고 항변했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의 그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인종차별적인 막말을 쏟아내왔음에도 그의 지지율이 하락하기는커녕 계속 상승해온 만큼 앞으로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발언 수준이 도를 넘은데다 당 지도부와 전 세계 각국이 비판하고 나서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상반된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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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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