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꼬여버린 시리아 전선

美·서방 "알아사드에 협조땐 금융제재" 러 배제 反IS 동맹 가속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이후 시리아 전선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터키를 옹호하는 미국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대결로 전선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알아사드 정권에 협조한 러시아인에 대한 금융제재를 시작한 가운데 러시아는 최신예 미사일 등 강화된 전력을 시리아에 배치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인과 시리아인을 포함한 개인 4명과 6개 단체를 새로운 금융제재 대상으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이 된 사람과 단체는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과의 금융거래 및 상거래가 금지된다. 재무부는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인 키르산 일륨지노프가 알아사드 정권의 러시아 내 자산을 관리하는 인물이라며 그동안 알아사드 대통령의 측근들과 금융거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미국은 알아사드가 시리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자행하도록 돕는 이들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미 당국의 이러한 성명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도 이날 S-400 지대공 미사일(사진)을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배치하면서 군사적 충돌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최신예 무기인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400㎞로 시리아 영공은 물론 터키 남부의 대부분 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 무기가 터키는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공습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 전투기에도 큰 위협이 된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즉각 성명을 통해 "누구에게든 중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무기 체계"라며 "시리아 내 공습작전에 큰 우려가 제기된다"고 경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를 배제한 서방의 반(反)IS 동맹 구성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IS 격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항해 함께 싸우기를 원한다"며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며 IS는 말만으로 물리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선 24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IS 공격을 함께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IS 격퇴가 아닌 알아사드 정권 보호에만 매진하고 있다며 '국외자(outlier)'라고 비판했다.

한편 잇따른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IS는 튀니지에서 발생한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며 세를 과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IS는 이날 인터넷 성명을 통해 "우리 조직원 중 한 명이 폭탄 벨트를 이용해 튀니지에서 자폭테러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튀니지 당국은 IS 성명 발표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리비아와 맞댄 국경을 즉각 폐쇄하기로 했다.

IS는 이날 한국을 포함해 세계 60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을 담은 새로운 영상도 공개했다. IS 선전기구인 '알하야트 미디어센터'는 영어로 된 4분여 분량의 영상을 통해 "IS에 대항하는 세계 동맹국"이라며 60개국의 국기를 실었다. 여기에는 미국·캐나다·프랑스·영국 등과 함께 한국의 태극기도 포함됐다. IS는 "전쟁의 화염이 너희를 불태울 것"이라며 이 나라들에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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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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