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와불


와불-강상기 作

일어나세요

종말 같은 세상 외면할 텐가요

천지개벽 기다리는 중생을

지치게 하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일어날 수가 없다네

왜 그렇죠?

내가 일어서는 날은

중생의 꿈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네

와! 불이십니다


처음엔 나도 벌떡 일어서려 했지. 아무리 돌부처라지만 어찌 중생의 아픔 모르겠는가? 석공은 이리도 큰 퉁방울 눈에 나팔 귀를 새겨놓지 않았나? 와서 비손하는 사연마다 아프지 않은 게 없더군. 천 년 면벽한 공력으로 세상을 바꾸리라! 그런데, 아무리 땅 짚고 일어서려 해도 안 되는 거야. 석공이 내 오금을 안 만들어놨더군. 천지개벽은커녕 내 불구도 어쩌지 못해 석공을 원망했지. 그런데 말일세. 이제는 석공의 뜻을 알겠네. 내게 온 사람들 소원성취는커녕 제 아픔만 털어놓고 가지만 가는 걸음 올 때보다 거뜬하더군. 정갈하게 기도하던 제 손과 제 무릎으로 아파도 제 길 트며 가더군.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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