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사 앱 활용하면 촬영하기 쉬워 적정 거리두고 자연광서 찍어야
셀카봉은 채찍으로 오해 '주의'
지금까지 연재에 맞춰 여러분이 말을 처음 접하고 평보·속보·구보까지 맛보기를 해봤다면 어느 정도 말에 대한 기본지식을 익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승마에 필요한 최소한의 용어도 이제 약간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만 완벽히 해도 여러분은 이미 실력자입니다. 하지만 기본이 제일 어렵다는 거 여러 차례 강조했었지요? 기본이론을 잘 기억하면서 앞으로 소개할 더 세부적이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기술들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우린 이제 승마인이고 말과 교감도 조금 쌓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증명사진이라도 찍어둬야 하지 않을까요. 말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인 말 사진 찍는 법을 두 번에 나눠 알려드리려 합니다.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승마 사진 하나쯤 있다면 자신의 '허세 메뉴'로 딱 좋을 것 같습니다. 경험상 말 사진을 찍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커다란 말을 촬영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10장 중 7장은 흔들리니까요. 그렇다고 하루에 1시간도 안 자는 말이 잠들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저만의 요령과 동물 사진 전문가인 포토그래퍼 강유진씨의 조언을 바탕으로 말 사진 잘 찍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단 전문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찍는 걸 기본으로 합니다.
첫 단계는 당근이나 각설탕으로 유혹하기입니다. 촬영에 관심 없는 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은 먹을 것으로 유혹하는 것입니다. 말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대부분 당근이나 각설탕을 선호합니다. 당근을 구하기가 번거롭다면 커피숍에서 각설탕 몇 개를 챙기세요. 승마 후 기념사진을 찍어본 분은 알겠지만 말은 머리를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져 카메라를 보지 않고 다른 곳을 응시할 겁니다. 돌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의 시선을 유도하듯 음성부조(우쭈쭈쭈)나 각설탕·당근 등으로 유도하는 게 좋습니다. 쳐다보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찍습니다.
둘째, 고속 셔터 기능을 활용합니다. 말은 크고 기다란 머리를 절레절레·끄덕끄덕 정말 많이도 흔듭니다. 고속 셔터를 사용해 이어 찍으면 그중에 그나마 건질 컷이 있습니다. 연사(이어찍기) 기능이 있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많으니 활용하면 좋습니다. 다만 실내 마장이나 말들이 쉬는 마방은 조명이 부족해 고속 셔터로 찍었을 때 화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셋째는 자연광에서 찍어야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광 아래에서는 말에게 좋은 위치에 서도록 시킬 수가 없어 역광에 걸리든지 좋은 광선을 얻기가 쉽지 않답니다. 비교적 밝은 장소에서 거리를 두고 찍으면 되겠습니다. 주의할 점은 어둡다고 플래시를 터뜨려서는 안 됩니다. 멋진 사진을 얻으려고 플래시를 터뜨리다 말을 놀라게 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말에게 가까이 가서 사진을 담는 겁니다. 스마트폰은 줌 기능이 있더라도 화질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조심히 다가가서 찍는 게 최상입니다. 그러려면 말과 친해져야 하고 평소 말과 교감이 많을수록 좋은 사진을 찍기도 쉽습니다. 카메라의 화소 수를 고려할 때 여백이 많을수록 피사체인 말은 흐려집니다.
다섯째, 셀카봉 사용은 안 됩니다. 자신이 탔던 말과 다정히 셀카를 찍고 싶어지지만 말 머리가 너무 커 프레임 내에 들어오지 않고 괜히 고생만 하게 될 거예요. 더욱이 말이 셀카봉을 채찍으로 오해하고 놀라 날뛸 수도 있습니다.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