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등장하는 아이언맨(Iron Man)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로봇 슈트를 입고 양손의 조절장치를 통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슈트는 골드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비행 중의 온도 차와 중력을 견뎌내는데 가슴에 장착된 아크 반응로에서는 원자력발전소 12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류의 꿈은 영화 속 얘기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위스의 전직 파일럿 이브 로시는 지난달 두바이 상공에서 에미레이트항공의 초대형 여객기인 A380과 나란히 비행하는 장면을 연출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제트 엔진을 갖춘 55㎏의 윙슈트를 장착했는데 최대 시속 300㎞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13분 정도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행기술이 가능해진 것은 가볍고 단단한 신소재와 무궁무진한 동력원이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제트팩은 탄소 섬유로 만들어진 몸체에 두 개의 추진체를 갖추고 있으며 조이스틱으로 방향을 자유롭게 조정한다. 최근에는 고성능 이차전지가 개발되면서 핵융합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저장하면 대기권을 넘나드는 아이언맨의 비행능력도 가능할 정도다. 또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입자를 활용해 만든 나노카본 복합소재는 아이언맨 슈트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꼽히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군사 및 재난구조에 투입될 개인용 비행 장비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원천기술 확보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한 벤처기업이 드론처럼 2개의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일으켜 공중으로 부양하는 제트팩을 개발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이 제품은 내년부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인데 대당 판매가격이 160만위안(2억9,000만원)에 달하지만 고층빌딩의 화재 진압용으로 쓰겠다며 두바이 소방대에서 이미 20대의 선주문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중국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로켓까지 쏘아 올리며 차세대 신사업 투자에 여념이 없는데 우리의 경쟁력은 갈수록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