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적금은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주식 등 대부분의 재테크 수단에서 낮은 수익률이 지속되면서, 원금보장과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돈을 끌어모으는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금융사기업체들은 돈을 모아 투자를 하는 대신 나중에 가입한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가입한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쓰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보도국 정훈규기자와 최근 금융사기에 대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앵커]
Q. 업계에서는 금융사기업체들이 끌어모은 돈만 최소 1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기준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져 정상적인 금융투자로 높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앞세운 금융사기업체들에 쉽게 유혹을 느끼게 된 것인데요.
금감원에 따르면 실제 2011년 48개에 불과했던 유사수신업체는 지난해 115개까지 늘어났습니다.
또 최근 금융사기업체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을 해외와 연관짓거나 유명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을 주로 미끼로 내세우고 있어서, 소비자들이 사기임을 알아차리기 힘든 특징이 있습니다.
[앵커]
Q. 정훈규기자, 해외와 연관 짓거나 어려운 상품을 내세운다고 했는데 구제적으로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최근 금융사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신들을 글로벌투자회사의 한국지부라고 포장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투자회사인 것처럼 겉모습을 꾸민 다음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봤지만, 접근이 어려운 상품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상화폐나 FX마진거래입니다.
가상화폐 업체인 힉스코인의 경우 공산당이 세운 중국 국영기업 안난그룹이 힉스코인을 발행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한국 지부임을 내세웠는데요.
이 업체는 마치 고급정보인 마냥 “극비라 중국내 뉴스 등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 투자하면 5년뒤 10배까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현혹했습니다.
또 맥심트레이더와 IDS홀딩스는 FX마진을 명목으로 내걸었는데요. 이들은 각각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Q. 이렇게 쉽게 글로벌투자회사로 위장할 수 있었던 방법이 따로 있습니까?
[기자]
네 최근 금융사기업체들은 법인을 해외에 등록하고 홈페이지 IP주소도 해외에 둬 외국기업인 것처럼 위장했습니다.
글로벌 외환거래업체를 표방한 맥심트레이더 역시 본사와 IP주소를 미국에 등록해 두고 뉴질랜드에 있는 전화번호를 썼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글로벌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들의 해외법인은 유령회사에 불과합니다.
이 배후에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 성업 중인 수백개의 해외 사이트, 법인 설립 대행업체가 있습니다.
이들은 1.000만원 안팎의 돈을 받고 2주일 안에 원하는 나라의 IP주소와 해당 국가 언어로 만들어진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줍니다.
해외 법인등록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번역행정사나 관련 컨설팅전문업체 등에 의뢰하면 5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미국 현지에 등록된 법인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앵커]
Q. 안 그래도 재테크 하기 어려운 시절인데, 금융사기마저 점점 치밀해지니, 참 큰일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투자자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
우선 금융감독원과 한은 등은 금융사기를 파악할 능력은 있지만,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행법은 금감원 등의 감독 대상을 제도권에 등록된 금융회사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금융사기업체들도 대부분 감독을 피하기 위해 금융사로 등록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감원이 동원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적용인데 이마저도 금감원에 감독 권한이 없어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형식상 법인이 해외에 있어 수사상 접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수사에 나서더라고 사기업체가 고소인에게 원금을 돌려주고 고소를 취하시켜 수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금감원은 “금융회사로 등록하지 않고 원금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불법”이라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네, 당장 투자자들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선물투자’, ‘해외 본사’ 등 금융사기업체들의 수법을 평소 숙지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훈규기자 잘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