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FOMC D-1/ 국내] "금리 오르면 움직인다" 장고 중인 슈퍼리치들

시장 관망하며 보수적 투자… 1년미만 정기예금에 돈몰려

국내 금융시장 변화 감지땐 본격적 머니무브 이뤄질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국내 자산가들의 뭉칫돈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 시기가 계속 늦춰지면서 대부분의 재력가들이 "금리가 오른 후 투자처를 찾겠다"며 장고에 들어간데다 "미 금리 인상이 바로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내 금융 시장의 본격적인 머니 무브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와 투자 시장에 변화의 징후가 감지될 때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가들은 1억원 이상 예치할 경우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상품이나 1년 미만의 정기예금 상품에 돈을 묻어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0월 사상 최초로 190조원을 넘어섰다. 미국의 기준금리 9월 인상설을 믿고 잠시나마 현금을 보유했던 자산가들이 10월 한 달 사이에 다시금 1년 미만짜리 정기예금에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자금 쏠림 현상은 추이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8월 183조8,000억원가량이었던 1년 미만 정기예금은 미국발 금리 인상설이 나돌던 9월 182조7,000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한 달 뒤인 10월 191조2,000억원을 넘어서며 8조원 이상 껑충 뛰었다.

자산가들이 최근 들어 다소 긴 호흡의 상품에 돈을 묻어 두면서 투자처를 찾기 전 잠시 머물렀던 은행 보통예금 잔액은 다소 줄었다. 1월 82조8,967억원에서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9월 99조1,58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10월에는 98조2,632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자산가들은 주식 등의 투자상품은 아예 외면하고 정기예금 상품 갱신 시기에만 PB를 찾고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중은행의 유모 PB는 "잠시 투자 상품에 눈을 돌렸던 고객들이 몇 달 만에 5~6%가량의 손실을 보면서 투자 성향이 보수화돼 최근에는 미국 금리가 인상된 후 시장 흐름을 보면서 투자처를 찾겠다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의 현금성 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 PB들은 또 이주열 한은 총재가 10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자산가들의 '재테크 장기전'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 PB 담당자는 "이번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황이지만 금리가 실제 오르는 줄 알고 준비했던 9월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PB들 역시 이번에는 신중하게 조언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전문가뿐 아니라 자산가들의 눈 또한 오는 16일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PB 센터는 다시금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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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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