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의 열기는 서거 후 사흘이 지나도 식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의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반인 조문객의 발길도 늘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재계 거물들이 24일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지난 23일 시작된 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은 국가장 사흘째에도 여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문상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며 "나라의 큰 어른이 돌아가셔서…"라고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애석해 했다. 재계 인사 가운데 이날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손경식 CJ그룹 회장 역시 "우리나라에 민주화와 금융실명제 등 선진제도를 도입한 훌륭한 지도자였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역시 조문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특히 애주가로 알려진 김상하 회장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술버릇과 관련해 담소도 나누기도 했다.
'꼬마민주당 총재'로 유명한 이기택 전 의원도 이날 빈소에 들렀다. 이 전 의원과 원로 정치인들은 이날 문상 도중 '통합과 화합의 정치'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헌화를 마치고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이) 통합과 화합이라는 글씨를 쓰고 일체 말을 못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려면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 전 의원의 생각에 힘을 보탰다.
외국 대사의 조문 행렬 역시 사흘째 이어졌다.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찾았다. 벳쇼 대사는 "큰 위인을 상실하고 상실감을 느끼고 있지만 여러분과 협력해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힘을 다해나가려 생각하고 있다"며 서 최고위원의 손을 잡았다.
연예인의 문상이 다른 조문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뽀빠이' 이상용씨는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어린이 사업을 할 때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오셔서 많이 안아주시고 도와주셨다. 심장병재단을 할 때 많이 도와주셨다"며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쎄시봉' 윤형주씨도 사위와 함께 빈소에 들렀다.
국가장을 치른 지 사흘째인 이날에는 일반인 조문객의 참여도 많았다. 조영숙(60)씨는 암 투병 중인데도 김 전 대통령 배웅에 나섰다. 조씨는 "팬이라서 3당 합당에 참여한 대통령을 따라 민주자유당에 입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상진(43)씨는 역사 공부를 위해 딸과 함께 빈소를 향한 경우다. 김씨는 "어젯밤 딸에게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또 올해 수능을 본 여고생 5명이 빈소를 들러 분향하는 일도 있었다. 여고생들은 "우리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태어났지만 민주화의 업적이 있는 건 안다"며 빈소로 향했다. 일반 조문객들의 순수한 참여는 유가족들에게 특별한 위로가 됐다. 23일 아버지를 관에 뉘고 밤잠을 설친 듯 이날 유독 초췌했던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여고생들의 손을 잡으며 "정말 고맙다"는 말을 연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