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 눈] 반대편 설득 부족했던 총리 담화

정부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확정 고시한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 황교안 국무총리는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15분 동안 현행 역사교과서의 문제점, 국정화 추진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치열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대편을 설득하기에는 논리, 근거가 부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황 총리가 제시한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문제점들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강조해온 내용들을 반복한 수준에 그쳤다. 역사학계·교과서 집필진들이 제기한 비판을 반박하지 못한 것이다.


황 총리는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학생들이 우리나라와 우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며 “현행 검정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운 세대는 우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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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제기된 ‘친일·독재 미화’와 같은 역사왜곡 가능성에 대해 “성숙한 우리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렇게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하는 모습은 정부가 국정화 역사교과서를 공개한 이후 비판여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빈 말’로 들렸다.

정부·여당은 경제·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제 국정화 후속 작업은 교육부에서 진행한다고 하지만 당장 국회의 예산안 처리 등 입법 기능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멈춰섰다. 정말 중요한 국정과제라면 반대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타협과 설득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이날 황 총리의 담화문에서는 그런 타협과 설득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훗날 중·고교 역사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기술할지 궁금해진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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