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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사각형 형태의 네모 반듯한 외관과 일자로 길게 뻗은 딱딱한 복도.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박혀 있는 학교 건물의 이미지일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한국의 학교에서 창의적이고 독특한 형태를 지닌 건축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서울 근교 남양주에 위치한 '동화고등학교 송학관'은 이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는 학교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한 건축물이다. 우선 기존의 일자 형태가 아닌 삼각형으로 배치한 건물의 모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설계를 맡은 임정택 제이플러스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송학관은 북쪽에 위치한 운동장과 동쪽의 낮은 산, 그리고 서쪽의 중학교라는 세 면에 접하고 있는 대지 위에 세워진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이 같은 대지의 특성을 해석해 자연이나 운동장과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해 중학교와는 단절된 형태로 삼각형 건물을 배치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즉 삼각형의 건물 배치를 통해 열리고, 닫히고, 절충된 각기 다른 세 입면을 이끌어낸 것이다.
건물 중간에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중정도 송학관이라는 건축물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복합적인 성격의 삼면이 존재하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안을 향해 동일하게 열려있다. 교실이 위치한 2·3층에는 하늘을 향한 중정이 위치하며 중정을 구획하는 투명한 내부 삼각형은 건물의 외부 삼각형과 그 각도가 서로 어긋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 어긋남은 층간의 수직적인 틈을 만들어 각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시키며 어느 위치에서든 열린 시야를 확보하게 한다. 또 중정의 삼각형을 틀어 복도의 폭을 달라지게 함으로써 기존의 학교 건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자 형태의 딱딱한 복도와 달리 학생들에게 역동적이고 긴장감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학교는 다른 어떤 건축물보다도 사람, 교육 그리고 장소라는 세 가지 요소의 관계가 중요시되는 건축물이다. 사람·교육·장소 사이의 상호작용은 건축의 복합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교차점을 만들어 내는 요인이기도 하다. 송학관은 이러한 복합성과 단순함의 상호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교육시설의 가능성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 대표는 "기존의 맥락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질서와 맥락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