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위기의 제조업 신사업에 길 있다] <2> M&A로 신사업 동력 얻어라

'루프페이' 품은 삼성처럼 실리콘밸리서… 신흥국서… M&A로 미래 돌파구 찾아야

삼성페이 서비스 시작2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서 고객이 삼성페이를 이용해 약값을 결제하고 있다. 루프페이의 기술을 바탕으로 성공한 삼성페이는 삼성의 M&A 전략이 적중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르면 이번 주 중 국내 가입고객 1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인 삼성페이는 스마트폰 판매와 점유율 방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2월 삼성전자는 미국 스타트업 기업인 루프페이를 약 2,000억원에 인수했다. 전격적인 작업이었다. 루프페이는 기존의 카드 단말기에서도 스마트폰 간편결제가 가능한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기술을 가진 업체였다. 루프페이 인수는 지금의 삼성페이가 나온 모체가 됐다. "편리성으로 애플페이를 뛰어넘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대로 삼성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2,000억원짜리 인수합병(M&A)이 보여준 크나큰 성과다.

위기에 빠진 제조업이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M&A가 필수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뛰는 만큼 실리콘밸리나 중국·신흥국 벤처기업을 포함해 대형 업체까지 인수 대상으로 삼아 핵심사업에 도움이 되는 M&A를 추진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은 모은다.

삼성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M&A에서 찾은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는 올해 루프페이를 비롯해 프린팅솔루션 업체 심프레스, 상업용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앞서 언급한 루프페이 인수는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결제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스마트폰 판매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이외에도 미국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프록시멀데이터와 엔벨로도 품에 안았다.

서울경제신문이 파악한 결과 지난 2009년 1건에 그쳤던 삼성전자의 M&A 건수는 2013년 4건, 지난해 5건을 거쳐 올해는 10월까지 3건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앞으로도 적정한 매물이 있으면 언제든 가능성을 열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말해 추가 M&A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태원 회장이 복귀한 SK그룹도 M&A에 적극적이다. SK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이닉스처럼 대형 매물이면서 수출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물건을 산다는 게 그룹 방침"이라며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만큼 좋은 물건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과 제조업을 양대 축으로 하는 롯데도 최근 롯데렌탈과 뉴욕 호텔을 인수하면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삼성그룹과 '빅딜'을 마친 한화도 테크윈 등을 계열사로 편입한 뒤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한라그룹은 M&A를 위한 관련팀을 신설했고 LG전자도 자동차전장부품 회사를 포함해 여러 대상을 두고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한 한국타이어와 효성도 M&A건이 있을 때마다 거론될 정도로 신규 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M&A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매물이나 해당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갖춘 기업을 사들여 경쟁자와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해외 고급 브랜드 인수를 검토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형 M&A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최근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인 EMC를 670억달러(약 75조7,400억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간 인수금액으로는 사상 최다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플래시메모리 업체 샌디스크는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5월에는 아바고테크놀로지가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샀고 6월에는 인텔이 부품제조 업체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했다. 올 들어 반도체 기업 M&A 규모만도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업체들의 경우 괜찮은 벤처기업이 나오면 이를 고가에 사들인 뒤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사장한다"며 "앞으로 출현할 수 있는 경쟁자를 싹부터 자른다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대형 글로벌 M&A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무리한 인수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지만 전략적 인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진출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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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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